일요일 출근 30대 건설노동자 숨져…”중대재해법 무용지물”

노조, "공기단축 위해 일요일 출근...안전관리 책임자 없었다"

16:00

지난 주말 30대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맞아 숨졌다. 업체 측이 공사기일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노조는 중대재해법이 무용지물이라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8시 40분께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죽전역 인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A(31) 씨가 숨졌다. 콘크리트 타설 후 벽체 폼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옆에서 떨어지는 벽체 폼에 머리를 맞았다. 당시 A 씨는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해당 사고의 책임 소재 등을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경건설지부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사고 당일 현장에 안전관리 책임자가 없었고, 안전 난간, 안전 통로 등도 확보되지 않았다.

20일 대경건설지부는 성명을 내고 “회사는 공사기일을 당기기 위해서 일요일 출근을 강행했고, 안전관리책임자도 없이 작업을 지시했다”며 “쉬는 날 쉬지 못하고 작업 물량에 쫓기는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작년 한 해 우리 건설노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국민의 여론도 높았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껍데기뿐인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원청의 책임 있는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물론이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개정하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 기본적인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성훈 대경건설지부 사무처장은 “안전관리자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하도록 방치한 원청의 책임도 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이 1년 유예된 문제도 있지만, 그 법 자체로는 부족하다. 발주처, 시행사 등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건설노조대경지부, 민주노총대구본부에 각각 추모 분향소를 마련하고 4월 말까지 추모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지난 1월 공포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은 1년 뒤 시행되고, 지난해 9월 김교흥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서구갑)이 대표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소관위원회 계류 중이다. 이 법은 발주자, 설계, 시공, 감리자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