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으로 인한 국내 조선업계 불황이 경영진의 실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영진의 실수로 조선사가 유가하락에 취약한 결과를 낳았고, 효율적인 물량 생산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앞으로 수주 계획을 치밀하게 하고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
무리한 해양플랜트 투자
금융위기 때 호황 누렸지만
유가하락에 곤두박질
국내 조선업계가 유가하락 등 여파에 힘 없이 휘둘리는 것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과하게 집착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최대 조선 3사는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때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유가 변동에 민감한 해양플랜트의 높은 수주량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유가하락에 대비하지 않으면서 오늘날 위기를 낳은 것이다. 노동자들이 당장 구조조정 당사자가 된 한편, 경영진이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오늘날 어려움을 낳아놓고 책임은 왜 노동자들이 지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문화부 관계자도 해양플랜트 수주가 무리했다는 분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해양플랜트 분야를 꼽았던 것”이라면서, 앞으로 해양플랜트 쪽 수주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시황을 보고 수주 계획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 하도급 구조
숙련공 양성 어려워
국내 조선산업의 고질적인 하도급 구조도 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업은 숙련공 집약적인 산업 특성상 숙련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숙련도에 따라 노임 단가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국내 조선소는 하청노동자가 직영노동자보다 많은 경우가 있을 정도로 하도급 구조가 심화돼 있는 상태다. 국내 조선소에서 숙련공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원청노동자인 경우가 하청노동자인 경우보다 고용안정성이 크고, 안정적인 고용은 숙련공 양성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를 보면 조선소 하도급 구조가 얼마나 심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 수와 하청노동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노조 자료에 따르면 협력사 수와 하청노동자 수는 2012년 1월 238곳, 2만4057명이었던 게 꾸준히 늘어나, 협력사 수는 2014년 8월과 9월에 580곳까지 늘어났고 하청노동자 수는 2014년 10월에 4만1230명까지 늘어나면서 정점을 찍었다. 불과 3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업계가 크게 위축 됐고, 이 여파로 해양사업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4만여 명에 달하던 하청노동자 수는, 5개월 뒤인 올해 3월(3만7942명)까지 3000여 명이 줄었다. 그 뒤에도 구조조정을 계속 돼, 올해만 해양사업부에서 하청노동자 4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소에서 이정도로 인력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 숙련공이 양성되기는 쉽지 않다.
하청, 필요할때 쓰다가
힘들 때 버리기 쉬워
하도급 구조는 지역경제가 크게 어려워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력을 유동성 있게 관리하는 데 좋은 하도급 구조는,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최근 현대중공업 인력구조조정으로 잇따르는 협력사 폐업과 임금 체불, 지역경제 위축 등이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던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구조로 수익을 내다가, 여건이 좋지 않자 하도급 구조를 이용해서 손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협력사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가계를 위협해서 지역경제에 먹구름이 뿌옇게 끼었다. 일파만파다.
현대중공업 문화부 관계자는 하도급 구조가 위기를 낳았다는 지적에 대해서 “(하도급 구조 속에서도) 인력은 줄곧 유지되어 왔다”며 “물량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하도급 구조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사의 잘못된 경영에 국내 조선업계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기사제휴=울산저널/윤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