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비정규직 경력 인정하라’ 인권위 권고 3차례나 거부

경북대병원, 본원 비정규직 경력만 인정
인권위,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

16:20

경북대학교 병원이 타 병원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 행위를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거부했다. 국가인권위는 유사 사건으로 3차례 시정 권고를 했으나 경북대병원이 모두 거부하자 권고 사실은 공표했다.

7일 국가인권위는 “경북대병원이 총 3차례 걸친 인권위 권고를 지속적으로 불수용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근무 경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보다 전향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소속 방사선사 A 씨는 경북대병원 입사 전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2년 동안 비정규직 방사선사로 일한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차별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경북대병원에 타 병원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한 행위”라며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병원은 2007년, 2019년에 이어 모두 3차례 유사한 시정 권고를 불수용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은 타 병원 정규직 경력은 상급종합병원 80%, 종합병원 60% 인정해 호봉에 반영하고, 비정규직 경력은 본원에서 일한 경우만 인정하고 있다. 타 병원 비정규직 경력은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의 한계, 서류 불일치, 위조 문제 등으로 경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채용 직원의 경력 인정 범위는 병원의 재량 행위라고 주장한다.

인권위는 “과거 경력에 대한 내용 분석 없이 단지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고용 형태라는 형식적 요소에 의해 경력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설사 경력 인정 비율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면 고용 형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유사성에 기초한 합리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 근거 없이 서류 위조 등 위험이 있다는 우려만으로 다른 병원 비정규직 경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행정 편의에 따른 조치일 뿐 차별적 처우의 합리적 이유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고용상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북대병원은 인권위 권고에 대해 “기관별로 정규직, 비정규직에 부여하는 업무 범위나 권한을 수치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진정인을 포함한 모든 지원자는 자신의 능력 발휘나 노력에 따라 정규직이 될 기회가 동일하게 부여됐다. 정규직이 되기 위한 노력에 보상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