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경찰서는 최근 A씨에게 일반교통방해 사건으로 문의한다며 3차례에 걸쳐 피혐의자 신분으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서울 광화문 불법집회에서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그곳을 동행하는 차량의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출석요구서엔 A씨가 언제, 몇 시에, 어디서, 어떤 행위로 일반교통을 방해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경찰은 A씨의 직장인 홍성의료원 측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A씨의 인사기록자료와 2015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치 근무내역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일체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지난 해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는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간이며, 석 달 동안 A씨의 참석여부가 불분명해 병원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A씨의 일반교통방해 날짜를 출석요구서에 명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민중총궐기가 11월 14일에 열리지 않았냐?”고 되물으면서도 “A씨를 조사한 이후 범죄 사실이 분명해지는 것이라서 날짜 등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가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분명치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경찰은 피혐의자인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도리어 범죄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성경찰서 측은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의 지시로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 같은 수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위법한 수사방식’이라는 지적과 함께 피혐의자의 방어권마저 박탈한 ‘과잉 수사’ 논란을 낳고 있다.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장의 이정일 변호사는 “만일 경찰이 A씨에 대해 11월 14일 일반교통방해 피의사실을 특정했다면 당일 사건을 확인하면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석 달 치 근무내역 일체를 병원에 요구한 것은 혐의와 무관한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위법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설사 A씨에게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반교통방해의 경우 미리 준비했다는 식의 예비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민중총궐기 ‘준비’ 기간을 포함해 석 달 치 근무내역을 요구한 것은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학력과 종교, 가족관계, 직책 등 개인정보가 기록된 인사기록카드를 경찰이 병원 측에 요구한 것도 법 위반 여지가 높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특히 보호하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며, 자료 자체가 혐의 내용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변호사는 경찰이 출석요구서에 일반교통을 방해한 날짜조차 적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만일 검사가 그런 식으로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하면 바로 공소 기각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처사이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의 박진 씨는 “경찰이 민중총궐기 참석자에게 마구잡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심지어 집회 미참석자에게도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경찰이 범죄 사실을 특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집회참가자를 모두 범죄자로 취급하고 집회시위의 권리 자체도 범죄시 하는 공안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 홍성의료원지부는 경찰 측에 항의한다는 입장이다. 진락희 홍성의료원지부장은 “경찰이 증명해야 하는 혐의 사실을 오히려 피혐의자에게 증명하라는 태도는 마구잡이 수사의 전형이다”면서 “항의 기자회견을 비롯해 항의 방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