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어 경상북도에서 분리 독립한 첫 국회의원 선거인 1985년 총선에서 대구는 말 그대로 컬러풀 대구였다. 3개 선거구에서 2명씩 전체 6명이 뽑혔는데, 전두환 등 군부세력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이 2석, 김영삼, 김대중이 이끄는 신한민주당 2석, 유치송 총재의 민주한국당 1석, 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만든 한국국민당이 1석으로 전국의 득표 상황과 비교해도 다양한 정치세력이 대구를 대표해서 국회에 진출했다.
하지만 2인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전환된 1988년 총선부터 1당 독점의 정치 지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정의당이 8석 전체를 석권한 이후 1992년 민주자유당 8석(통일국민당 2석, 무소속 1석), 1996년 자유민주연합 8석(무소속 3석, 신한국당 2석), 2000년 한나라당 11석, 2004년 한나라당 12석, 2008년 한나라당 8석(친박연대 3석, 무소속 1석), 2012년 새누리당 12석, 2016년 새누리당 8석(무소속 3석, 더불어민주당 1석), 2020년 미래통합당 11석(무소속 1석)으로 소선거구제 전환 이후 보수진영이 대구를 독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1987년 대선(노태우 70.7%), 1992년 대선(김영삼 59.6%), 1997년 대선(이회창 72.7%), 2002년 대선 이회창 (77.8%), 2007년 대선(이명박 69.4%(이회창18.1%)), 2012년 대선(박근혜 80.1%)로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수 후보에게 몰아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조차 홍준표 후보에게 45.4%의 지지를 보내줬고, 보수 서울시장 후보로 변신한 안철수 당시 후보 15%, 유승민 후보 12.6%를 합치면 73%를 보수 후보에게 투표했다.
지난 33년 동안 대구 시민의 투표 성향은 일관되고 절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2020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나마 있던 김부겸 의원과 홍의락 의원까지 떨어뜨리며 12석 모두를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다.
중앙정부와의 연결고리를 모두 잃은 대구시는 궁여지책으로 총선에 낙선한 홍의락 의원을 부시장으로 영입해 예산 확보와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중앙정부 소통 창구 역할을 맡겼다. 대구시 행정을 책임진 대구시장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중앙정부와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지역 예산을 챙기고, 국책사업을 유치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막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 자당의 비대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 찬성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존재감 제로의 국회의원이다.
더 큰 문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대구, 경북 국회의원들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대구경북 통합공항 이전 특별법은 국회에서 휴짓조각처럼 버려지고 그들의 주장처럼 날이면 날마다 인사, 예산 패싱을 당하는 11명의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의 문제는 무엇일까?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고 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야 강한 풀임을 안다는 뜻이다. 공천장만 손에 쥐면 몸 사리기부터 시작하는 현재의 선거 풍토에서는 강한 풀이 자랄 수 없다. 강함은 질풍을 마주하고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용기에서 나온다. 문제는 정말 실력과 의지와 경륜을 갖춘 국회의원을 뽑아놔도 중앙무대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잘나서 국회의원 되었나? 공천 잘 받아서 되었지” 이런 조롱을 방증하듯 우리 지역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3선 국회의원이 수도권에 도전했다가 경선에서 패배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역구를 옆 지역구로 옮겨 당선되는 일도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후보가 구청장 3선에 국회의원, 자당의 시당위원장을 지낸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일도 생겼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대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중앙무대에서 저평가되게 하고 존재감 없는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
유권자가 당선시켜 준 것이 아니라 공천권자가 당선시켜 줬기 때문에 지역구 유권자에게 구애하지 않는다. 구애할 필요가 없으니 성과를 보일 필요도 없다. 유권자가 무서운 게 아니라 공천권자가 무서우니 자기 지역구를 홀대해도 말 한마디 못한다. 당연히 정치인에 대한 효용성은 떨어지고 시민들의 정치 혐오는 늘어난다.
안타깝지만 이 모든 결과를 우리가 만들어 냈다. 당내 경쟁이 아니라 지역구 경쟁을 통해서만이 강한 정치인이 만들어지고 유권자의 현명한 지지만이 중앙무대에서 인정받는 정치인을 키울 수 있다. 대구경장, 시민들의 힘으로 대구를 바꾸겠다는 시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동식 대구시의원 / 김부겸 전 국회의원 보좌관
<김동식의 대구경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