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구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 게재한 만평을 두고 각계각층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진행된 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구 지방의원들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기자회견과 불매 운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매일신문> 내부에서도 노동조합이 성명을 내고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18일 온라인판과 19일 지면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조세정책을 비판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해당 만평은 5.18 민주화운동 계엄군이 시민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에 착안해, 계엄군을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로 묘사했다. <매일신문>은 만평이 논란이 일자 온라인판은 내렸지만, 이미 발행된 지면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만평이 알려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형성됐고, 급기야는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도 게재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구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대구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도 21일 성명을 내고 <매일신문>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파랑새는 “매일신문에 실린 한 편의 ‘만평’은 놀라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며 “분노를 넘어 살이 떨리는 모욕감을 느끼게 하였다. 우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비판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광주의 아픔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점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는 23일 매일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 만행을 찍은 사진을 그대로 만평으로 그려 악의적인 기사를 게재한 대구 매일신문은 언론으로서 도를 넘었다”며 만평을 그린 김경수 작가의 사퇴와 사장의 공개 사과 등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신문>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는 성명을 통해 “광주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사죄를 올린다”며 “광주 시민들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평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며 “매일만평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모욕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측은 이번 사태의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대내외에 공식 사과하라. 또한 만평 작가를 즉각 교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매일신문>은 21일 온라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취지와 달리 광주 시민에게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재발 방지 대책이 담겨 있지 않고, 김경수 작가를 두둔하는 발언도 덧붙여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일신문>은 “매일희평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며 “매일신문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일신문>을 향한 각계의 비판에 대해선 “매일신문이 일관되게 현 정부에 대해 너무 뼈아픈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김경수 화백의 비판은 현 정부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실제로 김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너무나 강하게 비판을 해서 오마이뉴스에서 ‘대구서 박근혜 비판 만평이? 작가는 괜찮을까?’라는 걱정과 응원의 기사가 실리기도 한 주인공”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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