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기꾼이 농민 되는 나라, 농지법 개정해야 /김현권

10:31

프랑스의 농지가격은 우리의 6.6%에 불과하다.(2015년 기준) 아무리 국토 크기가 다르고 농지면적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1인당 GDP가 우리의 1.7배인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그만큼 농지를 농업생산수단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럽 전체적으로 농지가격이 매우 낮다. 농지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는 대만이다. 산지뿐인 섬나라로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했다가 농지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다음이다. 일본도 비싼데 최근 우리가 워낙 많이 올라 순위가 바뀌었다.

우리 농지가 왜 이렇게 비쌀까? 농업생산성이 높아서? 아니다. 농지가 농업생산수단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변질하였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법은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농지구입과 보유의 요건을 완화했다.

우선 누구든지 농지를 살 수 있다. ‘경자유전 원칙’은 헌법 조항으로만 남아 있을 뿐 영농계획서만 제출하면 진흥지역이든 아니든 농지를 살 수 있다. 단지 계획만으로. 헌법의 ‘경자’가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농민이 되는 것이 이렇게 쉽다.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목적으로 할 때는 1,000㎡(303평)까지 누구든 살 수 있다. 이때는 텃밭을 하자는 것이므로 서류상의 영농계획서마저 필요 없다. 나중에 개발되면 100평짜리 주택을 세 채나 지을 수 있는 면적이다.

구입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상속받은 농지는 얼마든지 보유할 수 있다. 일인당 10,000㎡까지. 우리나라 농가 호당 평균경작 면적이 15,00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큰 면적이다.

법의 허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농사를 짓다가 이농한 사람들의 농지도 그냥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때는 면적 제한마저 없다.

그래서 결국 전체 농지의 50%가 부재지주 소유가 되었다. 해방 후 농지개혁 이전보다 못해졌다.

농지에 대한 보유세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8년 경작조건만 갖추면 양도세 또한 특혜 적용이 된다. 그러니 부재지주들이 농지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리 없다. 보유 부담은 없고 미래의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는 확실한데 누가 포기 하겠는가.

농지가 투기대상이 될수록 농지가격은 오르고 시장의 매물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우선 청년들이 귀농을 하려해도 토지에 접근 자체가 안 된다. 현장에선 청년들이 ‘땅을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나라에서 공익형직불제를 도입하고 직불금을 올려도 임차농들은 그림의 떡이다. 부재지주가 그 이익을 임차료 인상 등의 방법으로 중간에 가로채 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토지가 규모화되지 않으니 농업생산성의 향상에도 걸림돌이 된다.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50%의 농지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IT 기반이 최고인 국가답게 토지에 관한 정보를 디지털화해야 한다. 농민에 대한 규정, 자격을 정비하고 소유와 경작관계에서 경자유전을 명확히 하고 불가피한 용도전환 시에도 이익의 환수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넘어 서야 하므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LH 건으로 국민들의 관심사가 집중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농지법 개정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자산 불평등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다. 청년들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라는 오명을 벗는 길이다.

김현권, 20대 국회의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