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대구시당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 대구시당의 제안을 받은 타 정당은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라 협의체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의당, “정권교체, 대구 변화 위한 범야권협의체 구성하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노동당, 녹색당에 제안
오는 17일까지 참여 여부 확인 후 3월초 협의체 구성 계획
4일 오전 11시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이영재)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의당은 ▲민생 위한 총선 공동공약 발표 ▲누리과정 약속 정부 이행 촉구 ▲노동개악에 대한 공동대응 ▲대구 정치 변화를 위한 공동 정치활동을 협의체 구성을 위한 전제로 내걸었다.
정의당은 이날(4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노동당, 녹색당에게 전략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 17일까지 협의체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후 2월말 원탁회의를 거쳐 3월초 범야권 전략협의체 발족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야당과 협의를 마친 이후에는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과도 공동대응 논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재 위원장은 “‘정치권은 민생보다 공천권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친박, 진박 다툼이나, 야당의 비례 공천 바라기는 민생 경제에 어떠한 대안도 되지 못하며, 이에 대구시민들이 바라는 정치 변화의 갈망은 더욱 크다”며 “일시적 연대, 물리적 단일화가 아니라 공동 정책 등으로 대구 정치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조명래 북구을 예비후보는 “대구 야권이 예전보다 나서는 후보가 적다. 범야권이 연대한다면 전 지역구 후보를 낼 수 있다”며 “후보 단일화도 정책적 가치와 더불어 공존과 상생이라는 큰 연대 속에서 만들어간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체 통한 야권연대, 넘어야 할 산 많아
야3당, 거부하진 않지만 반기는 분위기도 아냐
그러나 협의체를 통한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현재까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야권 후보가 부족하다. 현재 대구 12곳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48명에 달하지만, 더불어민주당 3명(김부겸, 정기철, 홍의락), 정의당 1명(조명래), 녹색당 1명(변홍철)에 그친다. 공식 발표는 안 했지만, 노동당도 최창진 대구시당 위원장 1명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19대 총선에서는 한 지역구에 복수의 야권 후보가 나서 단일화 논의가 이뤄진 반면, 올해는 북구을(더민주 홍의락, 정의당 조명래) 1곳뿐이다.
정의당의 제안을 받은 타 야당은 거부하진 않지만,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창당 절차를 밟고 있는 국민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3당은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합의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조기석)은 협의체 구성에는 공감하지만,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조기석 위원장은 “사전에 의견조율이 있어야 하는데 정의당이 기자회견 이후 협의체 구성을 처음 제안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며 “공감은 하지만, 배려하지 않는 연대는 큰 의미가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녹색당 대구시당(공동운영위원장 변홍철, 서상민)도 공식 제안서 검토 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홍철 위원장은 “협력이 필요하다면 참여한다는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녹색당이 특별히 야권연대에 힘쓰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녹색당의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 최창진)은 협의체 구성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노동자·민중진영 총선 대응 논의에 따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 논의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참여 대상이 아니다. 최창진 위원장은 “무조건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과 가치에 따른 선거연합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선거대응 계획 논의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