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회가 비정규직 지원센터 설치·운영이 담긴 조례 개정안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정착될 수 있는 정책”, “비정규직 양성소가 될 수 있다”, “비정규직보다 더 어려운 자영업자 죽으라는 이야기” 등의 반대 의견이 다수 나왔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3만 7,000여 명에 달하는 구미에 지원센터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5일 오전 10시 구미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비정규직 지원센터 설치·운영 내용이 담긴 ‘비정규직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해 1시간 논의 끝에 심사를 보류했다. 조례는 구미시(시장 장세용)가 발의했다.
심사 시작부터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산업건설위는 국민의힘 7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다.
양진오(국민의힘, 선산·무을·옥성·도개) 의원은 “비정규직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정규직이 정착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춘남(국민의힘, 상모사곡·임오) 의원은 “구미시 예산이 부족한데 비용추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예산 같으면 3만7천 명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 이게 급한 것인가,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인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욱(국민의힘, 송정·원평1.2·지산·형곡1.2·광평) 의원은 “근로자지원센터가 있는데 비정규직 근로자지원센터 만들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고, 김낙관(국민의힘, 도량·선주원남) 의원은 “비정규직 지원센터가 비정규직 양성소가 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해요”라고 말했다.
장세구(국민의힘, 신평1.2·비산·공단1.2) 의원은 비정규직보다 자영업자·중소상공인들이 더 어려운데 지원센터를 짓는 것은 시기적으로 안 맞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장 의원은 “자영업자 도산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비정규직 근로조건 향상시켜라, 권리 보호하라고 하면 그분들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례를 발의한 구미시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조례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지연(더불어민주당, 해평·산동·장천·양포) 의원은 “비정규직지원센터가 가진 가장 큰 의미는 김용균 씨였다. 구미 청년이 정규직 되겠다고 태안까지 가서 권리도 모른채 희생이 됐다. 우리 청년들이 비정규직 권리는 제대로 알고 일자리를 찾게 되길 바란다. 공단 50년 만에 지원센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환 산업건설위원장(더불어민주당, 도량·선주원남)은 “제도권에 있는 한노총, 민노총은 스스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만 비정규직은 상담도 받지 못한다. 기업도시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3만7천정도 된다면 조례 정도는 제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의원님들이 뜻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25분 간 정회 후 11시 10분 재개된 회의에서 구미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현재 전국 31개 자치단체에 비정규직 지원센터 설치·운영이 가능한 조례가 있고, 20곳은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을 포함한 대구경북지역 33개 자치단체에는 해당 조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