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균형발전’ 비전 삼지만···양날의 검 같은 대구경북행정통합

대구경북행정통합 기본계획 초안 공개
4일부터 권역별 토론회 시작···4월말 기본계획

14:13

“초안을 발표하면 공론 과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지금까진 막연하게 시·도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이 오갔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안을 갖고, 근거를 가진 토론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훨씬 깊고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기본계획 초안이 공개됐다. 김태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행정통합공론위) 공동위원장은 초안의 의미를 ‘구체적인 토론’의 시작에 뒀다. 그간의 행정통합 논의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실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초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행정통합의 실체’는 크게 세 가지 비전으로 드러난다. 공론위는 ▲자치분권 ▲균형발전 ▲글로벌 경쟁력을 행정통합의 비전으로 삼았다. 자치역량을 강화해 주민 삶의 질을 제고(자치분권)하고, 31개 시·군·구로 재편해 동반·특화 발전(균형발전)을 이뤄내며, 글로벌 스마트 경제 중심지(글로벌 경쟁력)로 거듭난다는 거창한 목표다.

▲김태일, 하혜수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2일 기본계획 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공론위가 이야기하는 비전을 향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지만, 동시에 비전을 위협하는 요소도 내재하고 있다. 실제로 공론위가 대구·경북 시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의 첫 번째 이유도 ‘균형발전’으로 꼽혔지만, 반대의 첫 번째 이유도 ‘균형발전’으로 꼽혔다. 찬성론자는 균형발전이 더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반대론자는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혜수 공동위원장 설명을 들으면 양쪽의 의견은 모두 타당성이 있다. 하 위원장은 “시도민이 기대하는 것도 균형발전이고 우려하는 것 균형발전으로 꼽혔는데 기대하는 시도민은 정책결정권자가 1명으로 일원화되고 회계나 재정 단위도 일원화되어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서 “우려하는 분들은 경북은 교육·문화적으로 우수한 대구로 쏠릴 것이라고 본다. 특히 도청 이전 문제와 맞물려서 대구로 흡수되는 것 아니냐 우려한다”며 “대구는 대구시 재정이 경북으로 과도하게 유출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분권 영역도 마찬가지다. 대구와 경북을 합쳐 거대한 행정기관을 만들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기초지자체의 권한까지 흡수해버리면 분권적 측면에서 볼 땐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진다. 이른바 ‘제왕적 단체장’이 탄생해버리지만 이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 않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제주도와 4개 시·군으로 구분되어 있다가 제주특별시로 통합된 제주 사례가 타산지석 삼아야 할 모형으로 언급된다. 제주시 통합 이후 기존의 자치구·군은 통합돼 2개 시로 줄었고, 시장 역시 임명직으로 유지되고 있다. 기초의회도 없다. 대신 도지사는 여느 광역단체장보다 큰 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최근에는 분리 주장을 비롯해 기초지자체 시장을 선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하혜수 위원장은 “제주도는 기존 시·군을 행정시로 해서 지위가 약화됐다. 주민 자치라든지, 재량권이 없다 보니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게 집중되는 상황이어서 불만이 있다”며 “시장만이라도 직접 투표로 뽑고 의회를 구성하는 방식도 요구되고 있는데 한 번 틀이 완성이 되면 바뀌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일 위원장도 “늘어난 광역자치단체 권한이 주민에게 수평적으로 분산되지 않고 도 집행부 권한만 강화했다”며 “제왕적 도지사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저희는 도지사 권한 분산과 주민자치 확대를 통해 분권을 강화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론위는 이날 초안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론 작업을 시작한다. 3일부터 9일까지 대구와 경북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으로 나눠 4차례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한다. 여론조사나 빅데이터 조사, 대구·경북 시도민 500명이 참여하는 숙의 토론조사도 진행한다. 공론 과정이 완료되는 4월 말에는 최종적인 기본계획을 만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