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하루 470kg 이상 중량물을 옮기며 만성적인 업무 과중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용직이었지만 주6일 동안 야간근무를 했고, 지난해 여름 열대야가 지속하는데도 물류센터 내부에 전체적인 냉방 설비도 없이 작업을 해왔다.
지난 17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A(27) 씨의 업무상질병판정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A 씨의 사망은 급성심근경색증에 의한 것으로, 교대제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쿠팡은 산재 인정 전까지 A 씨가 업무강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했으며, 쉬운 지원업무였다고 반박해 왔다.
판정서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6월부터 사망 직전인 지난해 10월까지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근무시간은 고정적으로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근무를 했고, 출퇴근 일자는 불규칙했다. A 씨는 입사 후 5개월가량 집품 업무(피킹)를 맡았고, 이후 사망 직전까지 물류센터 9동 7층에서 출고 지원 업무(워터 스파이더)를 맡았다.
‘워터 스파이더’는 집품(피킹)부터 포장(패킹)-푸시-레일-박스-리빈-리배치로 이어지는 업무가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A 씨는 수동 자키를 이용해 바구니 정리, 빈 카트 정리, 포장 박스와 비닐 등 포장 부자재 보충, 층간 부자재 운반을 담당했다. 또 택배 물품 스캐너, 택배 운반, PDA로 물품 확인 등 타 작업 지원 업무를 하기도 했다.
질판위는 A 씨의 업무부당 가중요인으로 ‘교대제(야간 고정근무)’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대항한다고 밝혔다. A 씨 사망 전 일주일동안 평균 62시간 10분을 일했다. 사망 12주 전 평균 근무시간은 58시간 38분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당 평균 근무시간 52시간을 초과한다.
특히 무게 3.95~5.5kg의 박스, 포장 부자재 등을 하루 80~100회 이상 옮겼다. 수동 자키를 이용해 운반한 무게는 20~30kg으로 하루 20~40회 운반했다. 하루 평균 4.7kg을 100회 옮겼다고 가정하면 470kg 이상을 취급한 것이다. ‘근골격계 부담 작업 유해요인조사 지침’에 따르면, 하루 10회 이상 25kg 이상 물체를 들거나 하루 25회 이상 10kg 이상 물체 드는 작업을 유해요인으로 정하고 있다. A 씨는 지침의 약 2배가량 중량물을 취급한 것이다.
더구나 물류센터에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냉방 설비가 없고, 이동식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곳곳에 비치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7월 20일부터 대구와 경북 칠곡 하루 최고 기온 30도 이상인 날이 35일이었고, 이중 13일 동안 열대야가 이어졌다. 질판위는 A 씨가 일하던 물류센터 내부는 바깥 기온보다 높았을 거로 추정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공단 작업환경 측정 항목에 온도는 없다.
강은미 의원은 “쿠팡은 수많은 쿠팡맨의 과중한 업무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고,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쉼 없는 노동 덕에 감염병 위기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따끔하게 책임을 묻는 성숙한 시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