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마련된 고 백기완(88) 통일문제연구소장 분향소에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17일 오후 3시께 찾은 대구시 중구 4.9인혁재단 지하 공간7548에 마련된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대구시민분향소’는 낮 시간인 탓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향 냄새와 백 소장의 시구절을 따 가사를 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분향소를 가득 메웠고, 백 선생과 추억을 가진 이들이 드문드문 다녀갔다.
분향소를 처음 연 16일 시민 100여 명이 다녀갔고, 이날도 5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한 시민은 헌화 후, 분향소를 지키는 장례위원을 위해 음료를 두고 가기도 했다. 시민들은 분향소에 전시된 백 소장의 생전 모습과 저서들을 둘러보기도 하고, 오랜만에 분향소에서 마주친 동지와 만나 근황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장세용 구미시장도 찾았다. 장 시장은 ‘영면하십시오’라는 짧은 방명록을 남기고, 헌화 후 돌아갔다. 장 시장은 “열정적인 혁명가의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하게 했던 한 시대의 어른이 가셨다. 그를 잇는 우리들이 그분만 못하다는 엄청난 아쉬움과 죄송스러움을 갖고 오늘 분향소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춘곤(55) 노회찬재단 운영위원은 “백 선생님을 계기로 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위한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했다”며 “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보정당 운동의 첫 대중적인 실천이 백 선생님을 대선 후보로 세운 것이었다. 이후 민주노동당까지 이어지는 흐름에 백 선생님과 인연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원희(54) 씨도 “제가 87학번인데 대학교를 다닐 때 백기완 선생 강연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경주까지 내려오셔서 강연을 해주셨다. 그동안 일상적인 생활을 누려왔는데, 다시 옛 생각이 나면서 열정적으로 투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운 것이 우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했지만 민중들이 누리지 못하고 보수우파들이 민주주의 핑계를 대면서 민중을 탄압하는 행태가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방명록에 ‘진정한 민주주의 나라 만들겠습니다’, ‘우리 통일의 꿈이시어’, ‘스승님의 삶을 이어가겠습니다’, ‘선생님의 쩌렁쩌렁했던 외침 기억하겠습니다’ 등 추모 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강창덕 4.9인혁재단 고문, 강민구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이 찾아왔다. 대구시민분향소는 오는 18일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18일에는 같은 건물 1층에 분향소를 마련해 휠체어 이용자가 방문할 수 있다.
분향소는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대구추모위원회'(6.15대경본부,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경북추모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대구민중과함께)에서 마련했다.
백 소자의 장례는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으로 치러지고, 오는 19일 오전 8시에 발인한다. 그의 묘지는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의 옆자리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