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얼른 집에 가서 유엽이 사진에 보여주고 싶어요. 많은 분들 배려가 있어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어요. 주변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유엽이도 좋아할 거예요”
5일 오후 경북 경산 사동고등학교 교장실에선 조촐한 졸업장 수여식이 열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감염을 오인받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진 고 정유엽 씨(당시 고3)의 명예졸업장 수여식이다. 어머니 이지연 씨는 울음을 삼키며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받아든 감회를 전했다.
경산 사동고에 재학한 유엽 씨는 평소 둘째 형을 따라 한국해양대학교 진행을 희망하며 학업에 매진했다. 지난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고, 희망했던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최경석 사동고 교장은 “교육활동 중에 그런 일이 있어야 수여하는 게 옳지 않으냐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육활동이 아니여도 우리 학생이었고, 교육적으로도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서 명예졸업장을 드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엽 씨 죽음 이후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죽음을 맞는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의료체계의 부재를 짚으면서, 아들 죽음의 진상규명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씨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오는 22일부터 경산에서부터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