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인 듯 박물관 아닌 박물관 같은, 대구공립박물관”

대구 첫 박물관 정책토론회 열려
기형적인 대구 박물관 운영 방식
“박물관 운영 주체 일원화 필요”

20:15

대구에는 국립대구박물관을 제외하고 대구시에서 직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공립박물관 여섯 곳이 있다. 그런데 여섯 곳의 운영 방식이나 대구시에서 관리하는 부서가 제각각이고, 직영 운영하는 박물관 3곳이 문화예술회관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는 등 위상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박물관 정책이 사실상 부재해서 생기는 맹점인데, 대구에서 처음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27일 오후 2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는 ‘박물관 정책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 등이 시민 서명을 통해 정책토론회 개최를 청구한 결과다.

토론은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의 발제 후 함순섭 국립대구박물관장으로 좌장으로 한 패널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패널에는 조광현 처장을 포함해 박호숙 계명대 겸임교수(사학과),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이상민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 천종관 대구시 섬유산업팀장이 참여했다.

▲27일 대구에서 처음 박물관 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기형적인 대구 박물관 운영 방식
예산도, 조직도 부족한 실정
“박물관 운영 주체 일원화 필요”

조광현 처장은 발제를 통해 대구의 박물관 현황을 “박물관인 듯 박물관 아닌 박물관 같은 대구시 공립박물관”으로 정리했다. 조 처장은 현재 운영되는 박물관에 배정되는 ▲예산과 조직 규모, ▲조직 편제상의 문제, ▲민간위탁 중심의 운영 방식, ▲조례 등 제반 제도의 부실 등을 꼽으며 “대구시가 박물관에 사실상 관심이 없다는 걸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조 처장은 “직영 박물관이 문화예술회관 산하에 있는 건 참사”라며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화예술회관은 같은 급으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두는 건 참사일 뿐 아니라, 박물관을 모욕하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답은 있는데 안 해서 문제인 것 같다. 왜 안 하느냐? 시장이나 대구시의 의지가 없어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우리 시민들이 관심이 없는 측면도 있다”며 “3개 박물관은 회관 밑에 있고 다른 3개는 위탁으로 박물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로 박물관에 대한 상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걸 잡기 위해서라도 운영 주체라도 일원화해 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함순섭 관장은 대구가 박물관 정책이 부재한 이유를 역사에서 찾았다. 함 관장은 “대구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공립박물관을 건립한 곳이다. 인천이 1번이고 대구가 1947년에 개관했지만 1957년에 문을 닫았다. 대구시가 스스로 문을 닫았다”며 “그 트라우마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박물관이란 이야길 꺼내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관장 역시 공립박물관이 문화예술회관 산하 조직으로 있는 건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대구시가 박물관을 개관해온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 관장은 “대표적인 게 방짜유기박물관인데, 누가 기증을 하면 덜렁 건물을 만드는 식은 안 된다. 사실 그런 점에서 대표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대표관이 있었지만 스스로 닫다 보니까, 정책의 유지라든지 이런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물관, 문화유산 정책 담당할 과 신설 필요”
“시립박물관건립이 전환점 될 것”
“섬유박물관, 전담 부서 관리에 동의”

오동욱 연구위원은 대구시의 박물관 정책이 부재하다거나 일원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정책적 컨트롤 타워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대구시 공립박물관, 국립박물관 뿐 아니라 사립박물관도 20개 정도 있다. 이런 박물관들이 나름대로 전문적인 성격을 구현하지만 대구라는 큰 공간을 놓고 포괄하고 있다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발제자께서 정책이나 많은 부분이 산재되어 있고, 부서도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일원화되면 네트워크도 잘 되는 부분에서 공감한다”며 “종합형 컨트롤 타워가 되면 너무 좋겠다. 국립박물관도 연계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기존 부서는 본연의 업무도 못 하는 상황으로 새로운 기능을 하긴 어려움이 있다. 합의를 이룬다면 박물관 정책과 문화유산 정책을 하나로 하는 과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시에서 문화예술정책을 담당하는 이상민 과장은 대구시립박물관 건립이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단편적인 인력 충원이나 예산을 늘리는 방안으론 한계가 있다. 대대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고 전환점은 시립박물관 건립”이라며 “시립박물관이 없는 광역시도 대구가 유일한 것으로 아는데, 시립박물관이라는 컨트롤 타워가 생기면 전반적인 역량 상승이 가능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위탁하는 3개 박물관 중 섬유박물관을 담당하는 천종관 섬유산업팀장은 박물관 관리 부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섬유박물관을 박물관 정책 전담 부서로 이전하는 것도 필요한 방안이라고 동의했다. 천 팀장은 “6개 박물관 중 섬유박물관은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다”면서 “토론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박물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담 부서로 넘기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