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지막 개고기 시장 역사속으로 / 김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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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은 국내 전통시장 중 공식적으로 성업 중인 개 도살장이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고유음식으로 취급되면서 동네 개들에겐 복날을 살아내는 것이 일생의 목표가 될 정도로 으레 복날이면 보신탕 한 그릇은 먹어야 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지만 개를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사람들 시각으로 보면 야만족도 이런 야만이 없다. “가족을 탕으로 먹다니!”

88올림픽을 계기로 보신탕이라는 상호를 식당에 붙이지 못하게 하는 등 공식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국민소득이 늘고 1인 가구가 늘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1,000만 명에 달하면서 동물 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개시장 폐쇄를 요구했다.

우리나라에 개고기를 판매하는 3대 시장이 있었다. 성남 모란시장, 부산 구포시장과 함께 우리 지역의 칠성시장이다. 동물보호 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성남 모란시장은 2018년 성남시와 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모든 개 도살장을 철거했고, 부산 구포시장도 2019년 가축시장을 폐쇄해 대구 칠성시장만 남았다.

마지막 개고기 시장으로 ‘악명’을 이어온 대구 칠성 개시장이 이제 사라진다. 대구시는 2020년 11월 마지막 추경을 통해 예산 6,000만 원을 확보했고 12월 말까지 칠성동 개고기 골목을 정비했다. 올해에는 부산 구포시장 사례를 바탕으로 개 도살장 2곳을 폐쇄하고 시비를 들여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주변 보신탕집과 건강원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건강원을 상징하는 창살에 감금되어 전시되어 있는 ‘개 감옥’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철거하고, 보신탕집 6곳 중에 4곳은 칠성시장 정비사업에 포함시켜 정비한다. 마지막 남은 개들의 ‘집단 학살장’은 헐벗고 굶주린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럴 때 만시지탄이란 단어를 사용하는가?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아쉽게도 건강원 건물 안에 구속되어 있는 개와 정비구역에서 제외된 보신탕집 두 곳은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원은 동물학대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보신탕집은 식품위생법을 손질하면 가능할 것이다. 이 또한 의지의 문제이고 시민 공감대의 문제이다.

못 먹어 병이 생기는 시대에서 너무 먹어 병이 생기는 시대로 바뀌었다. 굳이 1,000만 반려인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개고기를 먹어야 할 정도로 보신이 될까? 옛날이야기 하면서 반대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대가 바뀌면 정의도 변한다.

동물보호단체와 의회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권영진 시장의 정비추진 방침을 이끌어 내고, 추경을 통한 예산확보와 집행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았던 개시장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