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민청원 절차를 통해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감사위원회 조례 제정에 대해서 대구시가 ‘장기 검토’라는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시민청원을 추진한 대구참여연대와 조례 청원을 소개한 김동식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만촌2·3·고산동)은 성명을 내고 권영진 대구시장을 규탄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시민 서명을 받아 ‘대구광역시 감사위원회 조례(감사위원회 조례)’와 ‘대구광역시 공공기관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조례(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례)’ 제정을 청원했다. 대구시의회는 상임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조례 제정 청원이 합당하다고 받아들였다.
이후 조례 제정에 대한 대구시 검토 절차가 진행되어 최근 대구시가 ‘감사위원회 조례 제정 청원 조치 결과’를 대구참여연대에 보내왔다. 여기에 따르면 대구시는 “감사위원회 도입 여부는 합의제 감사기구의 장단점과 대구시 감사 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한다며 조례 제정을 ‘장기 검토’ 과제로 정했다.
대구시가 장기 검토 과제로 정한 이유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한 서울, 부산, 광주 등 8개 시·도 중 광주와 강원, 부산은 도입 후 청렴도가 하락하거나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2019년 시·도별 징계 인원 비율도 대구시가 17개 시·도 중 8위인 점을 들었다.
대구시는 “감사위원회 도입이 청렴도 향상의 필수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구시의) 비위 행위자에 대한 처분에서도 적정한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구시는 공직 비위 척결을 위해 엄정한 징계 기준을 적용하고 공익제보 및 익명 신고 활성화, 비위 차단을 위한 선제적 감찰 실시로 시민이 신뢰하는 감사행정 구현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참여연대와 김동식 의원은 몇몇 지자체가 감사위원회 도입 후 청렴도가 하락한 것이 이 제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징계 인원 비율 8위를 근거로 대구시 내부 통제가 적정하게 되고 있다고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렴도가 하락한 건) 그해에 부패사건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감사위원회가 엄정하게 징계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제도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8위라는 비교 수치가 내부 통제 적정이라는 판단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감사행정을 독립적, 투명, 엄정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라는 단서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결과라면 내부통제 적정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이 제도 도입을 청원한 것은 제도가 일시에 부패를 방지하고 청렴도를 높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오늘날 대구시의 감사행정에 더 적합한 제도가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현행 독임제 감사관제보다는 합의제 감사위원회 제도가 더 독립적이고, 투명한 감사행정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시민이 청원하고, 시의회가 채택한 합의제 감사위원회를 거부한 대구시를 규탄한다. 우리는 권 시장이 내세운 ‘대구 혁신’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공무원들의 부패와 일탈을 엄단하는 것임을 누차 지적해 왔다”며 “그러나 권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초선 때는 물론 재선 임기 중에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권영진 시장을 규탄했다.
한편, 함께 의회 청원을 거쳐 채택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례는 대구시 검토 절차는 마무리되고 청원을 소개했던 박갑상 의원(무소속, 고성·칠성·침산·노원동)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기본적인 과제가 됐다”며 “발의를 위해 관련 부서와 협의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