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 속담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집안이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져 교육이 계층 간 대물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5년 내놓은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보고서를 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교육수준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보육과 유아교육부터 가정환경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차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로보티카의 목표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공평하고 동등한 교육 실현이다. 백선영 대표는 지난 4월 창업하기 전 약 10년간 레고 에듀케이션 학원의 강사로 일했다. 이때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교육을 판가름하는 것을 목도했다. 로봇코딩학원의 교육비는 월 10~28만 원이다. 교구까지 구매하면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는 “강사로 일할 때 수강생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교육에 관심이 있어 상담하러 왔다가 비싼 교육비와 교구 값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로보티카의 대표 사업은 로봇코딩 블럭방이다. 교육비는 시중 단가보다 70% 저렴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책정한 것이다.
창업 두 달째부터는 대구 동구 안심3·4동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역 저소득층 아이 5명이 블록방을 무상으로 월 20시간씩 6개월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48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받지 않은 셈이다. 사업장 주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로봇코딩 특강을 진행하고, 지역아동센터에 로봇코딩 교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지난 8월부터는 저소득층 직원 1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이 좌초될 위기도 겪었다. 사업장 주변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일대가 쑥대밭이 된 것. 한동안 사업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던 탓에 사업 자체를 수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삼아 사업 방향을 돌렸다. 로봇코딩 교육 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에서 로봇코딩 교육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재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로보티카에서 제작한 교재에는 지난 10년간 백 대표가 쌓은 로봇코딩 교육의 정수가 담겨 있다. 블럭 교육은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코딩과 로봇까지 이어져,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는 “기존 교재는 초보자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책자는 전문 강사가 아니라도 부모나 지역아동복지센터, 학교 교사가 지도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게 특징이다. 또 교재를 단계별로 만들어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재에 담았다”면서 “책자를 보고 따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성주의 학습에 맞게 아이들에게 주어진 모형에 맞는 미션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과 컴퓨팅 사고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티카는 창업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10월 대구시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향후 모든 아이들이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사회 공헌의 영역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