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나왔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23일 숨진 노동자 A(27) 씨 유가족에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부검 감정서를 통보했다. 부검 감정 결과, A 씨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이다.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심장질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부검 결과, 혈전색전에 의한 심장동맥 폐쇄, 심근의 조직학적 변화 등 심장에서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인정되는 점을 보였다. 이는 급격히 사망하는 원인이 된다. 또, 그 외에 전신에서 사인으로 볼 수 있는 손상이나 병이 없었고, 특기할 약물이나 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정하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 따르면,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 변화 등에 따른 단기간 업무상 부담 증가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전날 저녁 7시부터 사망 당일 오전 4시까지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한 뒤 퇴근 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A 씨의 3개월 간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은 8시간~9.5시간이었다. A 씨가 야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주간근무 기준에 30%를 가산해 업무 시간을 계산하면 하루에 9.5시간~11.5시간을 근무한 셈이다. (관련 기사=쿠팡 숨진 노동자 ‘7일 연속 70시간 근무’ 하기도···강은미, “업무 부담 가중”(‘20.10.26))
특히 대책위는 A 씨가 일하는 1년 4개월 내내 야간 노동을 했고, 근무와 휴일이 불규칙한 점, 일하는 동안 몸무게가 15kg이나 빠졌다는 점,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다닌 점, 숨지기 전 가슴 통증을 호소한 점 등이 업무상 연관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현재 조사 중이다. A 씨의 어머니 박 모 씨는 “산재 신청 후 조사를 받았고, 쿠팡 현장 조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쿠팡 측은 계속해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쿠팡 현장도 많이 정리된 모습이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 주장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논평을 내고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 추정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판명 났다”며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산재 사망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과로사 정황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만큼 쿠팡은 유족들이 요구하는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