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인권조례 개정 중단···위촉 인권위원 전원 사퇴 반발

대구시, "아직 철회는 아냐···추이 볼 것"

13:38

대구시가 인권조례 개정안을 냈다가 일부 종교계 반발 후 중단되자 대구시 위촉직 인권위원 9명 전원이 사퇴했다.

지난 11월 대구시는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기존 사회복지시설 분야로 한정된 대구시 인권 옴부즈만을 대구시나 소속 행정기관, 시 출자·출연기관, 시 사무위탁기관 등까지 살피는 인권보호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후에도 대구시는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고 개정 절차를 중단했다. 극우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나왔기 때문이다. 입법예고 이후 대구시 홈페이지나 감사관실로 동성애나 이슬람을 옹호한다며 개정안과 무관한 트집으로 개정 반대 주장이 쏟아졌다.

대구시가 조례 개정을 중단하자 권영진 시장이 위촉한 위촉직 인권위원 전원이 29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했다. 대구시에는 인권증진위원회와 인권옴부즈만자문위원회가 있고, 각각 당연직을 포함해서 13명, 9명으로 구성돼 있다.

▲29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 위촉직 인권위원 전원 사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인권조례 개정안에 인권영향평가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담으려 했는데 대구시는 부족한 상황에서 입법예고를 강행했다”며 “그런데도 일부 종교 단체의 집단 민원에 대구시는 인권조례 개정안을 자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종교단체에 의한 인권조례의 후퇴”라며 “참담한 마음으로 위촉직 인권위원에서 전원 사퇴한다. 대구시의 개정안 철회는 대구시민의 인권침해와 차별을 용인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우미 위촉직 인권위원은 “개정안이 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부끄럽고 죄송해 위원직을 사퇴한다”며 “대구나 전북 등 다른 지역 조례에는 인권영향평가 등 내용이 담겼다. 대구시가 개정안을 상정조차 못 한다면 시민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찬 위촉직 인권위원은 “조례 개정안은 헌법 10조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동성애, 주사파, 공산주의자, 이슬람 운운하는 일부 단체 반대를 이유로 의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인권보호의무를 대구시가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아직 인권조례 개정안을 철회한 것은 아니며, 추이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입법예고 이후 올라온 의견 중 99.9%가 (개정) 반대 의견”이라며 “아직 조례안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추이를 볼 것이다.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촉직 인권위원 일괄 사퇴에 대해서는 “사퇴에 대한 특별한 방도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위촉직 인권위원 사퇴 후 운영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사퇴한 위촉진 인권위원은 대구시인권증진위원회 소속 위촉직 9명이며, 이들의 임기는 내년 8월 27일까지다. 대구시인권증진위원회 이외에도 대구시 인권옴부즈만자문위원회에서도 위촉직 위원 사퇴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