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작가회의(지회장 김은령)가 지난 19일 제8회 <10월 문학제> ’10월에서 4.3으로 이어지다‘를 달성군 가창골(가창면 용계리)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었다.
10월 문학제는 대구·경북작가회의, 10월항쟁 유족회, 대구민예총 회원 등 20명만 참석한 가운데 정대호 10월 문학제 위원장과 채영희 유족회장의 참배로 시작했다. 이어 이철산 시인이 그의 시 ‘여기에 탑을 세운다’를 여는 시로 읽었다.
여기에 탑을 세운다
여기에 이름을 새긴다
74년 전 해방의 꿈을 여기에 탑으로 새긴다
74년 전 해방을 꿈꾸었던 이름을 여기에 탑으로 새긴다
74년 전 해방을 꿈꾸다 지워졌던 이름을 불러 여기에 새 세상을 새긴다누가 학살했는가
누구를 학살했는가
왜 학살했는가이 탑 앞에서 말해야 한다
이 으름 앞에서 이제는 남김없이 새겨놓아야 한다<여기에 탑을 세운다> 부분 / 이철산
채영희 10월항쟁 유족회 회장(76)은 “9년 전 이곳 가창골을 찾아 위령제를 올렸다. 유족들은 평생 빨갱이 가족이라 숨죽여 지냈는데, 이제나마 위령탑을 세웠고 그 가려진 이름이 비에 새겨졌다. 여든 가까운 나이의 유족들 바람이 죽기 전에 억울함을 벗는 것인데, 반은 이뤄진 것 같다”며 “진실을 밝히고 후세에 전할 교육관 건립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대호 위원장은 “올해 10월 문학제는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도 시월문학회는 주어진 범위 안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며 그의 시 ‘백비白砒를 세우며’를 읽었다.
이날 행사에서 정대호 위원장과 채영희 유족회장이 아직 제막식도 열지 못한 위령탑 제단에 꽃과 10월 문학제 시첩 ‘기와 까치구멍집’(도서출판 사람)을 올리고 수많은 영령을 위해 잔을 치고 참배했다. 이어 대구·경북작가회의 김은령 지회장과 채영희 유족회장, 정대호 위원장의 인사와 이정연 시인의 시 낭독으로 끝을 맺었다.
가창댐 아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위령탑을 세웠습니다
이 골짝에서 칠십 년을 울던 산새
날아와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지런히 모은 손끝에 앉아
부리로 온기를 쓰다듬습니다가창댐 위령탑
가슴에 새긴 이름들
지난 여름 장마에
하염없이 눈물 흘립니다
이제는 그 이름 석 자
당당히 부를 수 있게 됐다고
쓰다듬다 돌아가는 자식들
굽어버린 등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돌가시> 부분 / 이정연
제8회 10월 문학제 시첩 ‘기와 까치구멍집’은 평론 1편을 쓴 신기훈 평론가를 포함해 작가 78명이 참여했다. 안상학 시인이 표제작을 썼고, 전국의 시인이 보낸 시 77편이 실렸다.
참여 작가는 강경호, 강병철, 강영환, 강정이, 공광규, 권순자, 권화빈, 김경훈, 김균탁, 김길태, 김대술, 김동연, 김미승, 김상출, 김성찬, 김완수, 김윤현, 김윤호, 김재석, 김정원, 김종숙, 김종원, 김진문, 김진숙, 김창규, 김희수, 남호순, 류지남, 맹문재, 박관서, 박금란, 박덕희, 박래여, 박상봉, 박은수, 박일만, 박정애, 배재경, 변홍철, 사윤수, 서정화, 성미영, 손택수, 송광근, 신기훈, 신남영, 신진, 안상학, 안익수, 염창권, 오종문, 오하룡, 유종, 윤인구, 이달균, 이병룡, 이어진, 이정섭, 이정연, 이재선, 이종근, 이주희, 이중기, 이창윤, 이철산, 임백령, 정기석, 정동수, 정대호, 정완희, 조선남, 조성국, 차옥혜, 채형복, 한영수, 함진원, 홍영수, 황정혜 등 78명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