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11) 늘품협동조합 전정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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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지역을 중심으로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늘품협동조합은 지난 10월 보건복지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번 공고에서 전국 47개 법인사업체가 예비사회적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상권에서는 늘품협동조합이 유일하게 보건복지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2019년 10월 창업한 늘품협동조합이 1년 만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건 전정현 대표가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주에서 7년간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해 온 전 대표는 어르신 삶의 질 향상과 복지를 위해 도구화 돼 온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을 함께 이뤄낼 수 있는 회사를 꿈꾼다.

▲전정현 대표는 “어르신의 복지와 요양보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초고령화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앞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모두 행복한 기업을 꿈꾼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체디자인연구소)

“어르신들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노인복지와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그런데 꿈꿔온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달랐어요. 대부분 노인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에게 최저임금을 제외한 잔업수당 등을 지급하는 걸 보지 못했어요. 새벽이든 밤늦은 시간이든 사회복지사를 찾고 식사나 세수 등 일거수일투족까지 챙길 때가 많은데, 이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돈만 바라고 노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돌봄을 제공받는 어르신과 돌봄 노동을 하는 직원 모두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의 말처럼 사회복지사는 그동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으로 논란돼 온 직종이다. 노인과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 약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지만, 정작 본인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도 손에 쥐는 대가는 너무 낮은 반면에 맡아야 하는 노동의 종류와 양은 다양하다.

늘품협동조합에서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한 건 분기별 우수 직원 포상제도와 명절수당, 교통비 지급 등이다. 또 외부사업으로 발생한 수익도 직원들 몫으로 나눌 계획이다. 이에 공감한 건지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된 늘품협동조합의 직원은 10명으로 늘었다. 늘품협동조합은 올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지역 노인복지관 후원도 했다. 올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국적으로 돌봄 서비스가 한때 중단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늘품협동조합은 방문요양 서비스 제공사업에서 향후 주간보호센터 또는 요양원 설립과 복지연구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착취당하는 사회복지사에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해서는 제대로 된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노동환경을 조금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면, 이들이 제공하는 복지 수준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복지를 제공받는 이들도, 제공하는 이들도 행복한 회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