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지 않은 코로나19의 위험’, 대구·경북 인권뉴스에도 반영

대구경북인권주간조직위 선정 5대 인권뉴스 중 4건 코로나19 관련

14:01

2020년은 코로나19가 다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72주년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해 대구·경북 시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인권뉴스 선정도 ‘코로나19가 다했다’. 설문으로 선정된 지역 5대 인권뉴스 중 4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의료공백으로 숨진 정유엽 씨에 대한 뉴스가 응답자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도 그렇다.

2020대구경북인권주간조직위원회(이하 인권주간조직위)는 1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진행한 인권뉴스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주간조직위는 노동권, 건강권, 환경권 등 15개 분야에서 50개 뉴스를 선별해 설문을 진행했고, 대구·경북 시도민 507명이 참여했다.

인권주간조직위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다양한 차원의 위험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감염병으로 인해 의학적, 사회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며 “대구시와 경북도의 코로나19 대응은 ‘인권 중심 관점’ 보다는 ‘행정 편의적 관점’에 가까웠고 이는 실질적인 대응 한계로 나타났다”고 결과를 총평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뉴스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의료공백으로 사망한 정유엽 씨 사건이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대구, 경북 지역의 노동권 이슈가 각 1건씩 선정됐고, 3월초 무렵 코로나19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취약계층에게 대구시가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뉴스도 꼽혔다. 코로나19와 직접 상관 없는 뉴스는 대구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안 논란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2020대구경북인권주간조직위원회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뉴스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선정된 5대 뉴스의 직간접적인 당사자들이 참석해 당시 상황 등을 증언했다. 정유엽 씨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코로나19가 대구와 경산에서 급증했을 때,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와 경산시의 선별진료소에 대한 안내, 홍보 부족, 구급차 이용거부 및 고열환자에 대한 일방적인 진료거부, 대구 상급병원으로 전원불가 같은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금도 경산에서는 열이 나면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입원할 수 없다”며 “열이 나면 무조건 진료 거부당하는 상황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병원이나 코로나19 환자가 아니기에 회피하는 정부 모두 유엽이 죽음에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가에서 하라는 대로 지침을 준수했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진료 거부를 당하였고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코로나19로 경북 비정규직 노동자 79.4%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5대 인권뉴스에 선정된 것을 두고 “인권뉴스가 될 만큼 경북의 노동권이 낙후되어 있다”며 “직접 설문을 받아보니 코로나19가 탄압의 도구로 쓰이고 있었다. 폐업은 하지 않지만 노동자를 쥐어짜는 도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채붕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장도 코로나19를 핑계로 흑자 폐업한 한국게이츠에 대해 “인권 5대 뉴스에 선정된 건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며 “투기자본은 많은 혜택을 받으며 국내에 들어오지만 이후 별다른 제재 조치가 없다. 인권을 무시하고 유린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대책이 없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투쟁을 끝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와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도 발언에 나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벌어진 인권 문제에 대해 증언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벌어진 여성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인권주간조직위는 5대 인권뉴스 외에도 17개 인권증진뉴스도 선정했다. 17개 인권증진뉴스에는 227일간 옥상 농성 끝에 복직한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소식, 전태일 열사 대구 고향집을 시민이 매입해 기념관 건립에 착수한 소식, 4년 7개월 만에 복직한 손호만 전 전교조 대구지부장 소식, 대구 10월 항쟁 74년 만에 위령탑이 세워진 소식 등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