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섰다. 지역을 가리지도 않는다. 대구시의회, 달서구의회의 청소년노동인권조례, 경북도의회의 성인지 예산 관련 조례 논의에도 개신교의 반대가 쏟아졌고, 문턱을 넘지 못했다. 10년을 넘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막는 것도 개신교가 주축이다. 왜 한국 개신교는 혐오와 배제, 차별에 앞장서게 됐을까.
8일 경북대 정치외교학과가 주최한 ‘혐오와 종교,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를 중심으로’ 강의에서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한국 개신교는 근본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며 “내부 자정보다는 새롭게 시작하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배덕만 교수는 대안적 신학교육기관인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이자 백향나무교회 담임목사다.
혐오와 배제, 차별에 앞장선 한국의 개신교회
배덕만 교수는 “130년 정도의 역사가 있는 한국 개신교회는 봉건적이고 전근대적인 한국 사회를 근대화시켰던, 선교사들이 학교, 병원 세우고, 신문 만들고, 독립운동을 하면서 큰 역할을 했다고 자랑해왔다”며 “그런 한국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가장 강력하게 표출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 시대 목회하는 목사로서 가장 괴롭다. 기독교인이 가장 혐오와 배제, 차별을 조장하는 진영에 속해 있다는 진단이 떨어졌을 때 큰 충격이었다”며 “한국 교회가 지금처럼 배제와 혐오의 주된 진원이 된 원인 중 하나는 ‘근본주의’라고 하는 신학, 신앙 유형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20세기 초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불평등, 빈곤, 범죄 등의 문제가 벌어진 미국에서 등장한 근본주의가 한국에도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성경에 나와 있는 역사, 지리, 문화와 관련된 내용 어떤 것도 틀린 것이 없다는 성서 무오설, 세상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새로운 형태의 종말론이 그것이다.
배 교수는 “존 넬슨 달비 생각에 의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다. 세상은 어차피 썩어 없어질 것이고, 예수가 재림하면 잘 믿던 사람은 하늘로 올라가고(휴거), 지상에서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다음 천년왕국을 만들자, 쓸데없는 사회개혁 하지 말라는 생각이다. 이 흐름을 가진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근본주의, 반공주의 내면화된 한국 개신교 2000년대 기득권 잃어”
“자기방어 기제로 동성애자, 난민 등을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
배 교수는 “한국 기독교인 70%가 북한에 살고 있었고, 절대다수가 서북지역 사람들이었다. 1945~53년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소탕하고, 북한에서는 민족운동 하는 기독교인을 몰아냈다. 고향, 토지, 교회를 내놓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분들은 근본주의 정신과 더불어 몸으로 반공주의를 체득하게 됐다”면서 이승만 정부 출범과 함께 성탄절을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것을 짚었다. 해방 당시 기독교인은 5% 내외였지만, 1949년 성탄절은 국가공휴일이 됐다.
배 교수는 근본주의와 반공주의가 내면화된 한국 개신교가 기득권을 잃기 시작한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기방어기제로 동성애자, 난민, 장애인, 페미니스트를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배 교수는 “그동안 기독교인이 정부와 친밀한 관계로 반공사회를 끌고 왔는데, 1998년에 김대중 정권 이 들어섰다.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펼쳤고, 노무현은 사학법을 개정했다. 사학 80%가 개신교였는데 문제가 많았다. 교회가 정부와 반목하면서 기독교 정당, 뉴라이트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1979년 미국 레이건을 당선시키기 위해 모였던 현상이 2000년대 한국에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방어할 기제가 없어진 한국 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모습으로 드러났다. 기독교가 예수의 정신에 충실하다면, 사회적 약자를 품어 안았던 예수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면, 약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 대접받고 살아갈 수 있도록 품어줘야 한다”며 “어떤 세상도 혐오, 배제, 차별로 구원할 수 없다. 그런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게 기독교였고, 한국 기독교는 근본주의와 끔찍한 관계를 청산하는 게 사랑받는 종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내부적으로 변화할 가능성보다는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한국 교회 100년 동안 내부에서 바꾸는 경우는 없었다.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나가거나, 쫓겨나가서 자신들의 생각에 근거한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시작할 수 있다”며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기 원한다면 젊은 청년들이 함께할 사람을 새롭게 만들고, 다음 세대가 이곳으로 들어와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