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는 쉬운 듯 어렵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구의료원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상호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장은 대구의료원이라고 하면 “내가 가서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동민 소미다미 대표는 ‘선별진료소’를 떠올렸다. 김준엽 (주)코어밸류 대표는 ‘부족한 인력’과 ‘낙후된 시설’로 대구의료원을 그렸다.
단순하게 설명했다간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에 대응하는 전진 기지나 인력도 부족하고, 낙후된 시설을 가진 가볼 일 없는 병원 정도로 그려지기 십상이다. 지난 7일 대구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늦은 출범식을 겸해 마련한 시민 참여 토크콘서트는 이러한 시민의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청년, 마을활동가, 직장인, 사회단체 활동가, 예술문화인, 기업인 등이 참여했고, 이경수 영남대 교수(예방의학), 최철영 대구대 교수(법학)가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공공의료’에 대해 평소 시민이 갖는 생각은 ‘취약계층’이 가는 곳 정도로 정의된다. 토크콘서트에서도 조영태 대구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과거에는 공공의료라고 하면 ‘보호’.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고 했고, 박서경 수성빛예술제 감독은 “주변에도 들어보면 대구의료원을 찾은 적은 없더라.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주연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매니저는 실제로 취약계층이 대구의료원 같은 공공의료 시설을 이용하는 걸 돕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무료진료소에서 일을 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이 안되는 분이 대구의료원에서 비싼 주사를 저렴하게 맞았던 기억이 있다”고 경험에 바탕한 공공의료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경험은 때때로 부정적이기도 하다. 김준엽 대표는 군 생활 경험에 빗대 “공공의료를 이용하는 건 정말 의료 취약 계층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군을 제대한 남자는 자기 자식이 아픈데 군 병원에서 치료받는다고 하면 열에 열은 못 받게 할 거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미국은 대통령, 상원의원이 군 병원을 이용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그런다는 이야긴 못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공공의료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을 이용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이경수 교수는 공공의료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좁은 영역의 공공”이라고 설명한다. ‘공공의료 바로 알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 교수는 “한국에선 좁은 의미의 공공의 역할, 공무와 관계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세계적으로나 사전적인 의미는 굉장히 폭넓다”며 “의미를 좀 더 확장하여 넓은 의미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유지하고 증진하는데 좀 더 폭넓은 공공의 의미를 추구해나가고, 그 속에서 시민 참여라든지, 인권 문제를 다뤄가면 훨씬 더 좋은 공공의료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연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의 생각도 이 교수와 다르지 않다. 그는 “시민 대부분은 공공의료가 어렵다거나 나와 상관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공공의료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대구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7일 진행한 토크콘서트를 녹화한 영상을 1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