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5~54세 여성 중 결혼, 출산, 양육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한 사람은 3명 중 1명이다. 10명 중 6명은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복귀를 못 하고 있다.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 중 30%는 “현재 일자리에 전망이 없어 그만두겠다”고 답한 조사 결과도 있다. 출산은 곧 퇴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아무리 학력을 쌓아도, 역량이 뛰어나도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
주식회사 로담 정진경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미술을 전공한 정 대표는 결혼하고 출산한 뒤에는 그저 ‘애 엄마’로 살았다. 남편 뒷바라지와 육아, 집안일만 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했다. 그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든 결혼, 출산 이후엔 경력은 무관해졌다.
그런 정 대표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 건 ‘보자기 아트’를 배우면서다. 자신의 전공, 관심사와 가까운 분야의 일은 다시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전공을 통해 생긴 ‘미적 감각’은 로담만의 보자기 아트로 확장됐다.
그는 현재 로담을 운영하는 동시에 실용 보자기 아트 강사로 상품 포장 교육을 하고 있다. 남구와 달서구 공예 프로그램에서 강의도 한다. 최근에는 상품성을 인정받아 대구·경북 소셜 크라우드펀딩에 선정되기도 했다.
로담의 보자기 아트의 강점은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나 비닐 포장지는 손상되거나 오염되면 다시 사용하기가 꺼려지지만, 다양한 천으로 만드는 보자기는 세탁만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예술을 가미한 보자기는 용도도 다양하다. 보자기로 기존 포장지를 대체하면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정 대표의 철학이기도 하다.
삶에 여유와 멋이 생긴다는 것도 장점이다. 종이나 비닐 포장지는 ‘뜯는 게 대부분’이지만 보자기는 천천히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자기로 감쌀 때도 어떤 색이 좋을지, 어떤 모양으로 접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또 다른 장점은 매듭을 묶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배우기 쉽고 자신만의 독특한 포장을 할 수 있는 보자기 아트는 여성만의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담은 지난 1년간 차별화된 상품 포장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샘플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업의 질을 보완해 왔다. 지금은 정규수업으로 편성해 운영하며, 포장교육을 토대로 시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로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교육이 중단되자, 비대면 영상교육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방적 녹화 방송이나 강의가 아닌 화면, 음성 및 채팅을 활용한 실시간 소통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파악해, 온라인 보자기 아트 교육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