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는 제정하는 ‘경비원 인권 보호 조례’, 북구는 상임위서 부결

공동발의 동참한 국민의힘 의원 반대로 부결

14:42

대구에서 무분별한 폭언이나 폭행에 노출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조례가 지자체에 따라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수성구의회에서는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북구의회는 1일 상임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는 처지가 됐다.

박정희 대구 북구의원(더불어민주당, 침산동)은 지난달 11일 고인경, 최수열, 장영철, 조명균(이상 국민의힘) 의원과 채장식(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대구광역시 북구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경비원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구청장의 책무를 규정하고 경비원의 권리와 입주자 등의 책무, 경비원 인권 관련 지원에 관한 사항, 경비원 노동인권 실태조사 및 시정 권고에 관한 사항, 경비원 인권을 위한 교육 및 홍보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인권 보호 문제는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로 일하던 고 최희석 씨가 입주민의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기초지자체별로 경비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례 마련에 나섰다.

▲대구노동세상은 대구 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과 함께 경비노동자 모임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정은정 제공)

문제가 발생했던 강북구가 지난 6월 가장 먼저 ‘경비원의 고용 안정 및 인권 보호 조례’를 만들었고, 서울 5개, 광주 1개, 대전 1개, 경기 7개, 전남 2개, 충남 1개, 충북 1개 등 18개 기초지자체가 경비노동자의 인권 보호 조항이 담긴 조례(서울 노원구)나 인권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광역지자체 중에선 울산과 광주가 강북구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제정해 운영하던 ‘고령자 경비원의 고용 안정 조례’에 노동 인권 보호 조항이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지난 10월 인천광역시가 ‘고령자 경비원 고용 안정 및 인권 보호에 관한 조례’를 유일하게 제정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30일 수성구의회가 김두현 수성구의원이 대표발의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앞두고 있다.

지역 다른 지자체에선 무리없이 통과가 되고, 전국적으로 경비노동자 인권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북구의회는 이를 상임위에서 부결시켜버린 셈이다. 더구나 북구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신성장도시위원회) 의원 6명 중 5명이 발의에 동참해놓고도 조례가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명균 북구의회 신성장도시위원장(국민의힘, 침산동)은 “조례동의 서명을 할 때 시간이 없어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보지 못하고 서명을 했다”며 “추후 심의를 앞두고 내용을 살펴봤는데 내용적으로 상위법에 포함된 것이 있고, 헌법상 인권은 국가 사무에 있기도 해서 논의 끝에 부결됐다”고 말했다. 조례안은 조 위원장을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대표 발의한 박정희 의원은 “경비원 문제는 복지 문제로 봐야 하고 그야말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비원에 대해 생명의 위협까지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볼 때 반드시 보호와 보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발의한 것”이라며 “법의 시행규칙 개정을 앞두고 선언적 의미로 제정하고자 한 것이다. 북구도 인권문제에 대해 선진적인 행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