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라이프로그 최건욱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세상과 등을 지게 된 이유는 ‘꿈이 없어서’다. 사람을 만나는 건 큰 스트레스였다. 최 대표는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유일한 은신처였다. 한 번 멈춘 일상은 다시 제 속도를 찾지 못했다. 오랜 은둔 생활은 스스로를 옥죄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흔한 편견 중 하나는 자립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이나 ‘자발적 고립’ 등의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발 디딜 방법을 모르거나,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은 방안에 갇혔지만 “사회로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버리지는 않았다. 다만 방법을 몰랐다.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피했던 ‘사람’ 덕분이다. ‘소중한 지인들’은 최 대표가 은둔을 마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는 천천히 한걸음씩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좋아하는 최 대표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나처럼 밖으로 나가고 싶은 외톨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역 종합복지관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멘토링을 맡게 됐을 때였어요.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문제가 되는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로 나가는데 내 경험이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하고요.”
대인기피증을 극복한 최 대표가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수단은 사진과 영상이다.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사진과 영상 레시피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기술적 접근에서 벗어나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진과 영상을 활용하면 조금 더 쉽게 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크리에이터 수업은 라이프로그의 대표 사업이다.
라이프로그는 올해 경북 포항 지역 복지관을 통해 250시간의 크리에이터 커리큘럼 개발과정에 참여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영상 촬영 및 편집을 할 수 있도록 수업했다.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은둔하게 되는 발달장애인이 사업 대상이었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지역 사회에서 수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니, 포항의 대표축제인 스틸아트페스티벌 공식 광고 영상에 이들이 모델으로 발탁되고, 실제 광고영상 제작에도 참여하게 되는 성과를 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올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꿈같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혼자가 아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 복잡하고 어려웠던 내 속의 생각을 같이 고민해주고 같이 해결해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가슴 뛰는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라이프로그의 비전이 됐습니다.” 최 대표에게 꿈만 같던 일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