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게이츠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국게이츠 해고자들은 공장 밖에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공장 사수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정일)는 한국게이츠가 금속노조와 해고자 등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국게이츠 청산 완료 때까지 건물 점거나 공장 부지 출입 행위 금지 ▲한국게이츠 대표자 등의 공장 출입 방해 금지 ▲공장 부지 내 텐트 철거 등을 주문했다. 이를 위반하면 1일당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고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직접적인 행동이 지속될 경우 한국게이츠 해산 및 청산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 퇴거, 현수막 철거, 현수막·피켓 설치 금지, 청산에 필요한 행위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해 가처분이 필요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에 지난 6월 26일 공장 폐업 통보 이후 150일 동안 공장 안에서 농성을 벌여온 해고자들은 23일부터 공장 밖 인도에서 24시간 천막 농성을 시작한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얼굴도 모르는 외국계 투기 자본의 폐업 결정에 한순간 직장을 잃고 억울함에 150일을 싸우고 있는 우리는 한국 법원의 결정으로 이제 현장에 발도 들일 수 없다”며 “대구시, 대구시의회가 나서 일방적인 폐업의 부당성을 제기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현장에서 쫓겨나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채붕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장은 “노동자는 당장 죽이고, 자본은 배려하는 판결을 받았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천막 농성에 들어간다”며 “달성공단에서 한국게이츠가 흑자 폐업으로 떠난다면,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도 똑같이 자본에 의해 노동자들이 유린당할 것이다. 다시는 우리 지역,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게이츠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6월 26일 달성군 소재 한국게이츠 사업장 폐쇄를 통보했다. 한국게이츠는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하며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공장 폐업이 부당하다며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노동자 25명이 남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납품도, 이익도 있는데 노동자만 잘리나요?”(‘20.7.29))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 김문오 달성군수, 대구시의회, 달성군의회 등이 나서 게이츠 본사에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한국게이츠 폐업 사태에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기사=임종성 의원, “한국게이츠 사태 ‘콜트콜텍’과 판박이···정부 책임 있다(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