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의료원에 대한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최근 일고 있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 문제를 두고 대구시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면하고 있는 대구의료원의 고민이 드러났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은 제2의료원 건립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묻는 물음에 “만약 제2의료원이 생기면 우리 의료원 지원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대구의료원 라파엘웰빙센터 소강당에서 열린 행정감사에서 이영애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죽전·장기·용산동)은 “적자 운영에 대해서 본 의원도 우려하고 동료 의원들도 걱정한다”며 “의료원장 입장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제2대구의료원 설립에 대해서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미 원장은 “대구의료원 자체가 서구에 치우쳐 있다. 동구, 수성구 환자는 오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환자 소개할 때 어려운 점도 많았다. 취약계층이 갈 곳이 없어서 곤란한 점도 목격했다”고 현재의 대구의료원이 가진 한계를 짚었다.
이어 “제2의료원을 세우는 건 대구의료원에서 어떻게 해야 할 문제는 솔직히 아닌 것 같고, 대구시의 정책적 판단으로 하셔야 할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라고 하시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구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인데, 만약 제2의료원이 생기면 우리 의료원 지원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를 보였다.
김 원장은 “어떻게 보면 대구의료원 기능을 강화해서 대구의료원이 좀 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게 원장으로서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대구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한 답변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구시는 내년도 예산을 준비하면서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 (관련기사=“말로만 덕분에” 대구의료원 예산 삭감 행정감사 도마에(‘20.11.18))
의료원장의 답변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는 갈렸다. 이영애 의원은 “본 의원이 걱정하는 부분도 그 부분”이라며 “대구시는 대구의료원도 제대로 지원 못 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진주의료원도 적자 경영으로 허덕여 폐쇄했다. 대구시도 이런 부분을 잘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지숙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본리·본·송현동)은 “의료원에서 여러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현장 노하우가 가미되어 의료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야 제2의료원도 성공시킬 수 있다”며 “의료원이라도 보강해 잘하겠다는 건 면피성 발언이다. 수십 년 동안 보강을 못 하고 제2의료원 건립하자고 하니 대구의료원을 보강해야 한다는데, 면피성 발언은 듣고 싶지 않다”고 짚었다.
배 의원은 “제2의료원은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해야 한다는 게 60% 이상 시민의 의견”이라며 “또 다른 감염병 사태에서 이번처럼 병원에 와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생기는 비극적인 일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제2의료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동구의회 의원연구단체 청보리와 대구참여연대, 대구의정참여센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병원 수요 의식조사(95%신뢰수준, ±3.1%)에서 10명 중 8명이 공공병원 확충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들에 따르면 대구시민 550명, 동구 주민 450명으로 나누어 진행한 조사에서 대구시민 550명 중 80.1%가 공공병원 확충에 동의했고, 동구 주민 450명 중에선 79%가 동의했다. 대구시민 550명 중 37.3%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통해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답했고, 23.5%는 제2의료원 건립과 대구의료원 기능 보강 병행을 선택했다. 60% 가량이 제2대구의료원 건립 필요성에 동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