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올해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우고 시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목적으로 시민건강국을 신설했다. 대구시가 6일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시민건강국 예산은 올해 당초예산보다 15.6% 증가했다. 코로나19 기억 공간 조성 사업 등 신규 사업이 다수 포함됐지만,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은 일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시민건강국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당초예산보다 283억 1,364억 원 늘어난 2,102억 1,217만 원이다. 올해 당초예산 보다 15.6% 늘어난 예산이다. 과별로는 보건의료정책과가 1,312억 5,246만 원(62.4%)으로 가장 많고, 건강증진과 385억 7,272만 원(18.3%), 감염병관리과 353억 530만 원(16.8%), 위생정책과 50억 8,167만 원(2.4%) 순이다.
보건의료정책과, 올해보다 178억 원 증액
코로나19 기억 공간 조성 사업 신규 배정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은 일부 줄어
보건의료정책과는 대구시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부서다. 대구의료원뿐 아니라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 등 시립병원,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지원 등을 담당한다. 올해 당초예산은 1,134억 4,425만 원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78억 원 가량 늘어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예산이 3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6개월 운영비의 정확히 두 배 늘어난 1년 치 운영비다. 국비가 1억 5,000만 원이고, 시비가 4억 5,000만 원 배정된다.
이외에도 신규사업이 다수 눈에 띈다.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사업 관련 예산이 5억 3,000만 원, 공립요양병원 치매기능보강사업 13억 3,000만 원,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시지노인전문병원) 6억 1,185만 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조성 사업 10억 원 등이다.
특히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조성 사업은 국비 사업으로 신청했지만, 정부 본예산에는 반영되지 못한 상태다. 대구시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라도 국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시비만 10억 원 들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부지 내 옛 의료진 사택을 기억 공간으로 조성한다.
대구시는 의료진 사택을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전시공간 및 체험관으로 구성해서 상징물을 만들고, 시민들의 격려 편지, 사진, 영상 등을 전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레벨D 보호구 착용 체험관도 구상하고 있다. 공간 조성 사업은 대구동산병원 측이 먼저 대구시에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반면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은 일부 줄었다. 대구의료원 경영 활성화 지원금과 공익결손지원금은 올해 본예산에선 각 4억 8,100만 원, 25억 원 배정됐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각 2억 3,700만 원, 20억 원이 배정된 상태다.
해당 예산은 출연금으로 대구의료원에 지원되는데 대구시는 경영활성화 지원금 2억 3,700만 원, 공익진료결손금 25억 원을 출연하는 내년도 출연계획안을 지난 10월 대구시의회에 제출해 의결 받았다. 시의회에 제출된 것보다 공익결손지원금이 5억 원 줄어들어 예산안이 배정됐다.
또 의료취약계층 진료지원 사업비도 올해 7억에서 4억 원으로 줄여 배정됐고, 대구의료원 전문인력 보강지원 예산도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줄었다.
신규원 대구시 보건정책팀장은 “경영활성화 예산은 대구의료원 채무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것으로 2012년부터 10년 가까이 지원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채무가 줄기 때문에 지원금도 주는 것”이라며 “전문인력 예산은 작년에 요청해 보강했고, 이번엔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취약계층 예산은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면서 이용자들이 이용을 꺼린 부분이 있다. 행려환자나 쪽방 주민, 새터민 진료에 따라 시에서 지원하는 것인데 올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이 사업 수행 자체가 어려웠던 걸 반영한 것”이라며 “사업 대상자가 늘면 증액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관리과, 올해 당초예산 대비 24.5% 증액
감염병 대응 및 백신 지원 예산 28억 여원
호흡기전담클리닉 국비 24억 원···신청 저조
코로나19 대응을 전담하는 감염병관리과 예산은 올해보다 69억 5,101만 원(24.5%)이 늘어났다. 대부분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사업에 사용한다. 코로나19 대응 실무에서 노력한 감염병관리지원단 예산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6억 원이 배정됐고, 감염병 대응 및 백신 등 지원 예산이 28억 2,650만 원 신설됐다.
28억 2,650만 원은 각각 ▲동대구역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운영비 5,250만 원 ▲방역대책 전략 자문회의 수당 2,400만 원 ▲선별진료소 민간인력 인건비 및 여비 2억 8,500만 원 ▲코로나19 진단검사비 4억 6,500만 원 ▲코로나19 예방 및 백신 지원 20억 원으로 구성된다.
코로나19 격리 입원 치료비 지원 예산도 1억 7,093만 원 새로 반영됐고,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운영지원 예산도 국비 24억 원을 마련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정부가 가을, 겨울철 2차 유행을 대비해 전국 1,000개 가량 지정 운영할 계획을 발표한 사업이다.
코로나19가 의심될 수 있는 호흡기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필요할 경우 클리닉에서 직접 검체를 해 검사하거나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사를 의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24억 원은 24개 클리닉을 지정할 수 있는 예산으로 6일 대구시의회에 함께 제출된 2020년 3차 추경 예산안에도 동일하게 반영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구시 관내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신청한 병원은 새동산병원 1곳뿐이다. 박영희 대구시 감염병정책팀장은 “의원급은 본인 건물이 아니면 클리닉을 신청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서 종합병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 변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안심병원을 중심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