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뭘 했을까?···이목 끈 스타는 없어

부동산, 탈원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질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하면서
청년 주거 문제 해결 위한 정책 대안 제시한
국토교통위 소속 3인방, 김상훈, 송언석, 김희국
소관 상임위, 지역 의제에 집중한 초선 의원들
김형동, 임이자, 류성걸 눈에 띄어

15:10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에게 기회의 장이다. 2018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끄집어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중요한 자리다. 정부 실책을 꼬집으면서 본인과 소속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다. 동시에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은 모두 야당(국민의힘 24명, 무소속 1명)이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월성1호기 폐쇄 결정과 탈원전 정책,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관리 부실, 주택가격 폭등,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을 문재인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지 못했고, 전국을 뒤흔드는 의제를 발굴해내지 못했다. 2018년 박용진 같은 스타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책 국정감사에 충실했던 의원들의 활약은 있었다. 지적 이후 행정 개선으로 이어질지, 법률 정비까지 이뤄낼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25명 중 24명이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의원
부동산, 탈원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질타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은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구을) 의원을 제외하면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러나 홍 의원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지냈던만큼 국민의힘과 큰 궤를 같이한다.

▲무소속 홍준표(왼쪽), 국민의힘 주호영(오른쪽) 의원

국방위원회인 홍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보낸 통지문 날조 가능성을 시작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다. 국방위 소속 강대식(대구 동구을) 의원뿐만 아니라 외교통일위원회인 김석기(경북 경주) 의원도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은 8일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추모곡을 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비판도 빠지지 않았고, 상임위원회를 가리지 않았다. 경주, 울진 등 원전이 있는 지역인데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앞두고 있었던 탓도 있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적도 탈원전 정책 비판과 맞닿아 있었다.

외교통일위원회지만 김석기 의원도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국감 중에 지속해서 밝혔고, 기획재정위원회 박형수(경북 영주·영양·울진·봉화) 의원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국감에서 “탈원전 정책이 경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한국은행이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대구 북구갑),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의원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노동위원회 홍석준(대구 달서구갑)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김용판(대구 달서구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구자근(경북 구미시갑) 의원이 태양광 사업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구자근 의원은 외국은 원전이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만 탈원전으로 가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국토교통위 소속 3인방, 김상훈, 송언석, 김희국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하면서
청년 주거 문제 해결 위한 정책 대안 제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자, 행정 관료 출신이기도 한 의원들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정책 국감의 모습을 보였다.

▲동대구로 전경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30대의 내 집 마련 기간이 늘어났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추첨제 확대,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에서 끝나지 않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송언석(경북 김천시) 의원은 한국감정원 부동산 가격 통계와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 부동산 가격 통계에 큰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고분양가 심사가 자의적 기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공사가 은행과 건설사에 배당금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공공성 유지를 위해 민간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 국감에서 청년임대주택 조성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서울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협치와 대안 마련을 위한 국정감사의 장면으로 평가받았다.

소관 상임위, 지역 의제에 집중한 초선 의원들
김형동, 임이자, 류성걸 눈에 띄어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여야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의제보다는 지역, 민생 문제에 집중했다. 양금희 의원은 대구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대구 경제 기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김승수(대구 북구을) 의원은 대구경북특화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촉구했다. 문화재청장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한 배익기 씨와 적극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석준 의원은 대구 고용 악화와 체불임금 증가 문제, 이스타항공 해고 문제 등 노동 문제에도 적극 나섰고, 1회 용품에 물티슈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환경 정책 제안도 했다. 한국환경공단 국감에서는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안정적 운영 방안도 촉구했다.

강대식 의원은 낡은 육군 탄약고, 불량한 장병 급식과 부식 적발 현황을 공개하면서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짚었다. 대다수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논란에 집중한 것과 대조됐다.

과기위 김영식(경북 구미시을) 의원은 넷플릭스의 사회적 책임과 망사용료 지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 등을 제기하는 등 과학기술분야 대안 정책을 제시하면서, 구미에 한국식품연구원 경북 분원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했다.

행정안전위원회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의원도 눈에 띄었다. 김 의원은 이철우 도지사를 상대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으로 대구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의 권한 남용을 언급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여러 어려움이 있으면 기간을 늘리거나 다른 수단을 강구하면 된다. 타박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하면서 지나친 정쟁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차베스를 닮았다며 감정적으로 접근한 김용판 의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지휘통제권, 인사권이 있어야 소방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처우개선이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초선은 아니지만 이스타 항공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과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언급한 임이자(경북 상주·문경) 의원도 눈에 띄었다.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부터 노동 문제 만큼은 소속 정당보다 노동자 입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대를 건너뛰고 국회에 복귀한 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의 정책 제안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추가를 주장하며 한국은행법 개정안 발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크게 어려웠던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금 징수유예 등 세정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국, 문준용에 꽂힌 곽상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는 라임-옵티머스 특검에 집중

▲곽상도 국회의원

교육위원회 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책보다는 정부 관계자 자녀 문제를 끄집어내는 데 집중했다. 20일 부산대 국감에서 조국 전 장관 딸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하면서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고, 부산대는 “판결이 나오면 심의를 거치겠다”고 대답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와 SNS 상에서 건국대 이사장 증인 출석 문제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인의 활동보다는 당 차원의 정국 대응에 주력했다. 특히, 라임펀드,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여당 및 정부 관계자 연루 의혹을 두고 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도 각자 상임위원회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