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일정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대구, 경북지역 주요 현안은 어떻게 다루었는지,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짚어봤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우려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주요 화두로 올랐다. 여-야와 지역구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경북 안동·예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대구가 블랙홀처럼 경북의 인재와 자산을 끌어모으는 거 아닌가. 지방 분권 흐름에 오히려 통합으로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군) 역시 “만약 통합을 하면 오히려 행정통합에 대한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며“소멸위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대구 지역으로 인구가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도 “우리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도권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균형 발전 차원에서 새롭게 생기는 행정기관은 경북 북부 지역으로 보내는 것을 약속하고 시작해야 한다. 안동·예천은 워싱턴처럼 행정중심도시, 대구는 뉴욕처럼 문화경제금융도시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역 내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지만, 특별법 제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국회에서 꾸준히 다뤄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대구 쏠림, 도청 신도시 위축 우려에 대한 수용 가능한 대안 제시가 중요한 상황이다.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 폭발사고 문제, 국정감사의 성과
경북대 화학과 실험실 폭발사고 문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교육위원회에서 모두 다뤘다. 관심이 높았던 만큼, 성과가 이어졌다. 피해 학생에 대한 치료비 미지급 문제, 사고 경위 조사, 실험실 안전 대책 마련에 대한 질타를 받은 이후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피해 가족의 간담회가 22일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그동안 피해 학생들에게 미지급한 치료비 4억여 원을 모두 지급하기로 했고, 이낙연 대표는 피해 학생을 산재보험 가입 대상자로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 통과를 당 차원에서 적극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8월 경북대학교가 제정한 화학관 사고수습 및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도 문제가 됐다. 피해 학생들에 대한 요양비는 대학이 가입한 보험사의 급여로 지급하지만, 보험사 급여를 초과한 비용에 대해서는 내용이 부족했다. 또, 피해 학생의 책임이 밝혀지면 요양비 지급액에 대해 학생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에 대해 김상동 당시 총장은 “보험 관계와 법률 규정이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법률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답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북대를 질타한 것도 역할이지만, 법률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국회는 국정감사 이후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국회와 행정기관은 이를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제도 정비가 이어지는지 지켜볼 일이다.
쿠팡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국정감사는 행정기관이 법률에 근거해 업무를 하는가 살펴본다. 동시에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도록 채근하는 역할도 맡는다. 준비하지 않았더라도 현안이 생기면 다루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쿠팡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을 다룬 점은 국회의 역할을 보여준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구)에서 야간 포장보조원으로 일하던 A(27) 씨가 12일 오전 6시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노동계는 ‘과로사’라며 쿠팡 측의 책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쿠팡 측은 “최근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43시간이었다”며 과로사를 부인했다.
그러자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과 강은미 의원(정의당, 비례)이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쿠팡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들이 제시됐다. 강은미 의원은 야간 노동에 대한 가산 시간을 계산해 A 씨가 주당 70.4시간(실근무 59시간) 근무한 적도 있다고 제시했다. 추석 연휴에도 계속 근무를 이어간 사실, A 씨에 대한 의료진 소견서 등도 국정감사장에 나왔다.
A 씨에 대한 산업재해 판정과 더불어 최근 불거진 장시간 택배노동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국회의 역할을 지켜봐야 할 일이다.
국정감사 단골손님, 영풍제련소-대구은행 채용비리
국정감사에 매번 등장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지역 현안으로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이다.
영풍제련소는 2002년 국회 국정감사에 등장했고, 2014년부터 거의 매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단골손님이 됐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라고 질타했고, 영풍 측은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질타는 이어졌지만, 20대 국회의 이상돈 의원처럼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꾸준하게 환경 실태를 조사하는 의원이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두고 환경부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풍제련소는 2021년 말까지 통합환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지 않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내년 국정감사에도 영풍제련소는 다시 초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비리 등 각종 물의로 2017년부터 등장했던 대구은행도 올해 어김없이 국정감사에 나왔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구은행이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채용비리는 업무방해 혐의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정채용 인원은 최소 23명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구제되지 않았고, 부정 채용된 사람은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현 금융감독원장은 “심정적으로 100%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지역 현안에 꾸준히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