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24 총파업’ 집회를 벌인 혐의로 구속됐던 건설노조 간부들이 모두 석방됐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이 지난 6일 삭제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을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 김정도)는 이길우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김호영 건설노조 대경본부 사무국장에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천5백만 원, 1천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24일부터 구속 중이던 이들은 선고 후 모두 석방됐다.
1심에서 법원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집단?흉기등재물손괴) 제3조 1항, 제2조 등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일부 위헌을 인정하면서 지난 1월 6일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김정도 재판장은 “공소장 변경 없이 재판장 직권으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형법상 특수손괴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력 행위를 범한 사람”에게 벌금형 없이 징역 1년 이상을 선고한다. 형법에도 같은 조항이 있지만, 형법은 벌금형도 가능하다.
검찰이 위험한 물건으로 규정하고 집단 손괴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물감이 담겨진 ‘파프리카’였다. 당시 집회 때 노동자들은 노동청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물감이 담긴 파프리카를 던지는 상징의식을 진행한 바 있다.
구속자 변호를 맡은 구인호 변호사(법무법인 참길)는 “같은 범죄사실인데도 ‘폭처법’은 형량이 더 높다”며 “검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석방된 이길우 지부장은 “검사가 무리하게 징역형밖에 없는 ‘폭처법’을 적용하고, (해당 법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났는데도 검사는 공소 내용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 ‘폭처법’ 적용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기도 했다.
이길우 지부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에 구속된 동지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노동법 5대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자가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성열 전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 등 4명에 내린 1심 판결은 유지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부 유죄를 인정한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 모두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24 총파업’ 집회 당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임성열 전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 등은 사실오인, 법리오인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검사는 형량이 부족하다며 항소했지만 이날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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