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의회 회의장에서 “길고양이 안락사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구의원 발언이 알려지면서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전화, 홈페이지 등에 항의가 이어지자 해당 구의원은 “개체 수 조정 문제를 이야기하다보니 사려 깊지 못하게 안락사 부분을 언급한 게 있다. 상처받으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캣맘’들이 화가 난 발언은 지난 6월 15일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를 진행한 대구 동구의회 경제복지위원회에서 나왔다.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예산과 관련해 이윤형(국민의힘, 신천·효목동) 의원은 “개체가 너무 늘어나면요. 우리가 동물의 존엄도 중요하지만 사실 안락사를 통한 어떤 방법도 생각을 해야지 이거 잡도, 이거 고양이, 길고양이 잡기 쉬운 게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동구의회 회의록 바로가기)
이어 이 의원은 “중성화 부분은 좀 관리를 사후 관리를 좀 완벽하게 해 주시고 그 중간 또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개체 수가 줄지 않는다면 안락사 부분도 좀 생각해 봐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락사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 동구청 경제지원과장은 “사후 관리 부분은 고민할 수 있지만, 안락사 부분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동물보호법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을 안락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뒤늦게 이 발언이 인터넷 캣맘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다’, ‘대구캣맘협의회’, ‘대구고양이보호연대’에 알려지면서 동구의회 홈페이지에도 항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지난 14일부터 현재(16일 오전 9시)까지 이윤형 의원에 항의하는 글이 67건에 이르렀다. 이전까지 해당 게시판은 15년 동안 339건의 글만 올라왔다.
“길에서 먹을 것도 없는 도시에서 살면 얼마나 오래산다고 그 짧은 생을 살다가는 애들을 왜 죽이려는 거죠?”, “동물보호법에도 길고양도 보호해야 하는 동물이 학대하면 처벌 받는다고 표시까지 되어 있는데…”, “자연은 공존해야 하는 겁니다. 인간의 자산이 중요하고 불편하다고해서 공존해야 할 생명을 함부러 죽이겠다는 거는 그야말로 깊이 생각하지 않은 발언이다” 등 안락사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윤형 의원은 ‘안락사’를 언급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지역에서 고양이 개체 수 관리가 안 된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길고양이 중성화 작업 예산 심의 중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지적했다”며 “귀에 표시한다고 하는데 확인이 잘 안 된다. 제가 동물을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다. 자동차 엔진 속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119를 부른 사례도 있고, 가임기 울음소리 등 민원이 들어와 개체 수 조절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안락사라는 사려 깊지 못한 표현을 한 데 항의 전화도 여러 차례 받았다. 반려동물을 아끼는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길고양이 중성화를 시키고 있지만, 법적으로 안락사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대구 동구 길고양이 중성화수술비 지원 예산은 2,475만 원이다. 대구시는 2019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더불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을 진행하는 등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