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헌법 읽기] (2)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헌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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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당원으로 구성된 헌법 읽기 모임이 헌법 읽기를 통해 느낀 점, 생각할 거리를 <뉴스민>에 기고한다.

나의 이름은 ‘성규’이다. 한자로 풀이하면 이룰 ‘성(成)’, 법 ‘규(規)’가 된다.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소 헌법에 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헌법을 제대로 알고 싶어 하고 헌법이 지향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의 당원들이 함께 헌법을 읽는 모임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참가 신청을 하고 모임 날짜만 기다렸다.

첫 모임이 있던 날, 생각과는 다르게 헌법을 읽겠다고 모인 참여자들 대부분이 청년이었다. 정당의 모임에 이렇게 젊은 세대가 참여했다는 것에 놀랐고, 청년들이 헌법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여기에 모인 청년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헌법 한 번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의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옛말에 위안 삼고, 이렇게 젊은 세대와 함께 공부 할 수 있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청년들과 함께 헌법을 읽고 토론하는 모든 과정이 이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인 헌법을 제시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헌법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제정된 국민생활의 최고 도덕규범이며 정치생활의 가치규범으로서 정치와 사회질서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사회에서는 헌법의 규범을 준수하고 그 권위로 보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헌재 1989. 9. 8. 88헌가6 결정]

헌법읽기 첫 시간, 전문부터 읽었다. 그렇게 긴 헌법 전문이 문장 하나로 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문장이 너무 길어 읽다 보면 주어와 술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시 한번 헌법 전문을 곱씹어 읽어 나갔다. 헌법 전문의 주어는 ‘대한국민’(대한민국이 아니라)이고, 술어는 ‘개정한다’이다. 이를 통해 헌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주체는 국가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직·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제1장 총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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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그렇게 제1조부터 제9조까지 헌법 제1장 총강에 있는 조문을 모두 읽어 나갔다. 각 조문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는 토론이 이어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10조가 헌법의 가장 상단에 있는 제1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10조는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안에 구성되어 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지금 헌법의 제1조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기술한 내용이다. 이와 같이 국가의 정체성을 헌법의 가장 앞서 서술한 국가는 안타깝게도 식민지를 거쳐 독립한 경우에 많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이끄는 리더 국가로 호명되고 있다.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스스로 식민지의 굴레를 벗어나 인권과 인류애를 가진 조문이 헌법 제1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헌법 가장 상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안타깝게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 아직도 인권을 유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 전 포토라인에 선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 씨

최근 성범죄자의 형량이 국민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판결을 뉴스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성폭행 사건일 경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존엄과 가치가 제대로 고려되었다면 소위 말하는 국민 법 감정과 위배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성폭행이라는 죄가 매우 무겁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은 더욱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코로나19 재확산의 주요 원인이 된 8.15 집회 역시 종교적 가치가 아닌 인간의 존엄을 우선했다면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도 모든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은 어떠할까? 독일의 경우는 헌법 제1조 제1항에서 인간 존엄성은 불가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국가권력의 책무”라고 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헌법은 전문 없이 제1조에 국가 정체성이 아닌 개인의 권리를 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치가 가장 우선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당원들의 헌법읽기 모임은 현행 헌법을 읽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안도 함께 읽으면서 서로 비교한다는 점이 다른 헌법읽기 모임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문재인 정부의 헌법 개정안 중 유독 나의 관심을 끄는 조문이 있었다. 바로 “제9조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고, 전통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찍이 김구 선생님은 백범일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되었으면 한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전통문화도 계승하면서 동시에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으로 우리 문화가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방탄소년단(BTS)이 ‘Dynamite’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다수의 곡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BTS는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8,000명에 육박하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는 이 숫자를 훨씬 넘어섰다”며 “그들의 음악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세계인에게 일종의 치유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긍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청년들이 세계적인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문화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이번 기회를 통해 헌법을 공부하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주권자로서 더 나은 삶을 위하여 함께 고민하고 발전해 가는 우리의 삶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