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언론에 공개되면서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만큼 언론의 관심을 받은 인물이 있다. 매일 언론 브리핑이 있을 때면 권영진 시장 옆에 서서 환자들의 의료적 처치에 대한 설명을 돕거나, 방역 전략적 의미를 풀어서 해설해주던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이다. 대구가 2, 3월 코로나19 유행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는 2월부터 코로나19 유행이 잡힐 때까지는 방역 최전선에서 일했고, 어느 정도 유행기가 걷힌 이후에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일에도 매진했다. 대구시가 2차 유행을 대비·대응하는 대책을 세우는데 함께 했고, 각종 학술회, 토론회에 참여해 대구의 방역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숙제도 떠안았다. 지난 7월 1일 공식 출범한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을 맡았다. 공공과 보건, 의료가 명칭에 모두 포함된 ‘복잡한(?)’ 기구의 단장인 만큼 해야 할 일도, 정리해야 할 일도 많다. 지원단의 역할과 임무를 규정한 조례상으론 ‘대구시 공공보건의료 정책 수립·시행에 대한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하여’ 지원단이 운영된다지만, 대내외적으로 지원단에 기대하는 역할은 제각각이다.
김종연 단장은 일단 의욕적인 모습이다. 지난 6일 중구 진석타워에 마련된 지원단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그는 “지원단 관련 기사 앞으로 많이 부탁드린다”는 말을 첫마디로 전했다. 알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뉴스민>은 신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과 인터뷰를 통해 대구시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살펴보고, 코로나19 대응 전략도 모색해보고자 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 나눠 ‘공공보건의료 지원단의 비전’과 ‘코로나19 대응’으로 소개한다.
[관련기사]
“코로나19와 함께 맞는 겨울, 방역 친화적 환경 조성 중요”
[영상] 김종연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인터뷰 ②
인터뷰를 위해 공부를 하긴 했지만,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뭔지 정확한 그림이 그려지진 않더라.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공공의료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 취약계층을 위한 것’으로 인식됐다. 지금은 핵심 가치가 ‘모든 국민이 필수의료서비스는 다 충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범주에 감염도 포함이다. 지원단에 바라는 역할이 공공보건의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관련된 조직을 모으고 협력체계를 구성하는 리더 역할을 하라는 요구도 많다.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지원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구시가 직영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원단의 위상 문제부터 이야길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구시가 직영을 하면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거다. 들어오더라도 공무원이 운영하는 형태가 된다면, 모든 공무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안주하는 분위기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직영 여부보단 필요한 건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 같다. 지원단에 기대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충분한 인력 구조가 핵심이다. 올해만 보면 6개월간 국비와 시비 합쳐서 3억 원이 지원됐다. 올해 기준이면 내년엔 6억 원이 필요한데, 내년도 국비 예산이 현재까지 1억 5,000만 원 확보됐다. 시비로 4억 5,000만 원을 맞춰야 하는데 당장은 여기에서부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과 전남을 제외하면 모두 대구처럼 위탁 운영 방식이긴 하더라.
서울은 독립 재단으로 운영된다. 코로나19 관련해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역할을 명확히 한 곳이 두 곳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서울이다. 서울은 코로나와 관련해서 여러 상황을 분석하고 정책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서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예산만 봐도 48억 원(2019년 기준)이다. 저희가 인력이나 예산이나 다른 광역 지자체와 비교해도 제일 낮은 수준이고 그마저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이나 인력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첫 발을 뗀 수준인 것 같다. 7월 1일부터 계산하면 운영 3개월이 지난 셈이다.
실제로 오픈해서 정상 출근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다. 직원들을 채용하는 시간도 있었고, 채용된 직원들이 각자 기존에 하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있었다. 사업계획서를 직원 채용 전에 제가 써놓은 것이 있지만, 직원들이 검토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체크해나가야 할 것이 많다. 내부적으론 직원들 트레이닝을 하면서 3년 위탁 기간 동안 큰 그림을 그려놓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오늘(10.6)은 보건소 실무자 간담회를 한다. 지원단이 생기고 처음 만나는 건데 지역보건의료 계획을 담당하는 분들이 온다. 저희가 이분들을 어떻게 지원해드리면 될는지, 어떤 요구가 있는지 들어보고 현황은 어떤지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얼마 전에는 지역에 있는 9개 공공의료기관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SNS를 통해서 대구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대구 인싸 33인에게 듣는다’란 카드뉴스도 제작하고 있다. 지역 전문가들은 지원단에 어떤 요구를 갖고 있고, 그분들이 생각하는 대구에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정책이 무엇인지 들어보기 위함이다.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장으로서 생각하고 있는 지원단의 역할이나 임무도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대구 문제를 들여봤을 때 분석을 통해 알고 있는 문제들은 있다. 대구가 전국 1등을 하는 문제가 꽤 있다. 그중 하나가 호흡기 결핵 문제다. 호흡기 결핵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신생아 사망률도 전국에서 제일 높고, 심근경색 사망률도 제일 높다. 필수의료에 있어서 건드려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년에 경북대 김건엽 교수님과 ‘우리 올해는 심근경색 문제만 건드려보자’고 해서 병원 안 전문가를 모아서 여러 회의를 하고 분석해서 작년 말에 해결책을 만들어 대구시에 제안했다 그런데 대구시에는 그걸 받을 바디(조직)가 없더라. 의사회 회장한테도 말씀드려서 일정 부분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시가 받지 않았다. 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런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라는 큰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원단이 만들어지고 3개월인데, 지금은 대구시가 정책 제안을 받을 준비가 됐다고 봐도 될까?
아직은 저희가 던진 게 없기 때문에(웃음). 이제 시작해서 올해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말씀드린 것 뿐 아니라 대구가 가진 여러 문제를 포함해서, 어떤 것부터 해결해야 할지 대구시에 자료를 주고 시에서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만들던지, 다른 형태의 전문가 자문을 하든지 해서 정책적 방향성이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 저희가 “해야 합니다, 해야 합니다”고 시에 요청을 해야 하고, 그러면 시에서 후속 작업을 받아야겠지요.
말씀을 들어보면, 현재까지 대구시는 발생하는 공공보건의료 부분 현안에 대응하는 수준만 했지, 큰 틀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가진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대구시가 큰 틀의 정책이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답을 할 순 없는 문제다. 계획서 작성 과정이라든가, 의사결정 과정에 제가 관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었는지 제가 감히 평가하기 쉽진 않다. 다만, 현재 봐서는 뚜렷한 색깔이 보이지 않는 건 맞다. 우선순위가 무엇이라는 합의가 안 되어 있고, 우선순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노력도 안 보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원단도 그렇지만 대구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제일 어려운 부분 같다. 솔직히 아직은 대구의료원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이번에 대구의료원장이 바뀌면 이야기도 들어보고, 좀 더 지역의 전문가들, 그리고 자문회의라든가 대구의료원의 역할, 공공보건의료 측면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 기능은 어떤 걸 해야 할지 모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제2 의료원에 대한 요구도 있는데, 대구에 만드는 게 맞느냐, 아니냐를 두고 저희가 직접 할 수 없다면 별도 예산을 만들어서라도 조금씩 해나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