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기의 디바라고 불렸고, 지금도 범접할 수 없는 목소리의 성악가인 마리아 칼라스(1922-1977)가 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각각 성 소수자이자 에이즈 환자, 그리고 흑인 변호사로 연기한 영화 ‘필라델피아(1994)’에서 소수자와 소수자로서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장면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병색 완연한 모습의 톰 행크스는 그 와중에도 이 노래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La mama morta)’라는 곡으로 자신이 제일 좋아라하는 아리아며, 어쩌구저쩌구 설명을 하면서 음악에 몰입하고 덴젤 워싱턴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친구에게 저런 모습이’ 정도의 표정으로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나름 명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던 세계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삶은 명성과 다르게 한숨 불러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은 치맛바람 가득했던 엄마의 못 다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 위해 혹독하게 노래를 불러야만 했고, 아동으로서 충분히 누려야 할 행복한 가족의 삶도 없었다.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뚱뚱한 몸매로 인해서 원하던 오페라의 여주인공으로 설 수도 없었다. 아직도 그러하지만, 1950년대의 오페라 무대였으니 오죽했겠냐 싶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폐결핵을 앓고 있지만 매력적이고 아름다워야 했으며, ‘나비부인’의 주인공 게이샤는 전쟁 중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비련의 캐릭터여야 했으니 이야기에 걸맞는 외모가 프리마돈나의 제1조건이었다. 마리아 칼라스는 이를 악물고 다이어트를 해낸 다음에야 그 모든 역할을 얻을 수 있었다. 천상의 목소리는 외모 뒷전이었다.
그녀의 또 다른 이야기는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의 연인으로도 알려지기도 한다. 그때도 지금도 나쁜 남자 같은 오나시스는 마리아 칼라스가 임신을 하자 ‘출산한 여성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낙태를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리아 칼라스는 낙태를 감행하기까지 하고 그 여파로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목소리에 손상을 입기까지 한다.
아직도 세상은 훌륭한 재능을 가진 여성에게 아름다운 외모까지도 요구하고 있는 세상이다. 한국의 여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춤과 노래와 더불어 완벽한 외모를 가꾸고 있다. 아이돌 식단이라고 하루에 1,000 칼로리도 안 되는 식단이 공유된다. 그럼에도 다행이랄까. 지금도 세상의 한가닥 한다는 소프라노들은 ‘마리아 칼라스’에 간혹 비유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외모나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라, 목소리로 말이다. 생전 그녀가 목소리가 아니라 아름다워지고서야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