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으면 1억 원 정도 도울 수 있는 끈끈한 관계”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뇌물 혐의 4차 공판
김 전 부시장 변호인·발전업체 대표, 1억 원 대가성 부인

14:37

발전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14일 열린 공판에서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서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부시장은 자신에게 1억 원 등을 건넨 발전업체 대표 조(66) 모 씨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오랜 친구 사이인 조 씨를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어떤 이득도 취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14일 오후 2시부터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상윤) 심리로 김 전 부시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뇌물)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은 지난달 21일 3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신문만 이뤄진 발전업체 대표 조 씨에 대한 변호인 측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전 부시장은 2015년 추진된 대구그린연료전지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조 씨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1억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부시장은 자신의 동서를 사업을 추진하던 대구그린연료전지(주)에 취업시켜 1,590만 원을 받도록 하고 2016년 조 씨 부부와 함께한 유럽 여행 경비 948만 원도 조 씨가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억 원 정도는 도울 수 있는 사이’
김연창, “100원도, 커피 한 잔이라도 먹을 사람 아냐”

김 전 부시장 변호인단은 이날 조 씨 증인신문을 통해 2015년 김 전 부시장이 받은 1억 원이 대구그린연료전지사업 관련 대가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변호인단은 1억 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대구그린연료전지사업과는 관련이 없고, 김 전 부시장이 대표로 참여하고 지인을 통해 투자도 이끌어낸 청송의 풍력발전업체와 관련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검찰 측 증인신문과 14일 변호인 측 증인신문을 종합하면 김 전 부시장은 2011년 대구부시장 취임 전에 조 씨가 운영하던 풍력발전업체 대표로 있으면서 지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시장은 조 씨와 김 전 부시장을 통해 업체에 투자한 A 씨 등과 함께 업체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지분은 조 씨와 A 씨가 각 49%를 보유하고 김 전 부시장은 2%만 가졌다.

조 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김 전 부시장이 A 씨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업체를 도산 위기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며 김 전 부시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고마움의 대가로 추후에 이익이 실현되면 5억 원 정도는 김 전 부시장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조 씨가 김 전 부시장에게 건넨 1억 원의 성격을 풍력업체 사업 성공에 따른 대가 또는 지분 2%를 정산한 금원의 성격으로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조 씨와 김 전 부시장의 오랜 친분에 근거해 ‘1억 원 정도는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조 씨가 비용을 부담해 떠난 유럽 여행도 풍력업체 사업권을 판매로 수익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 김 전 부시장의 공이 컸기 때문이라고 변론했다.

조 씨도 “대구연료전지 사업에 대한 고마움은 있었지만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어준 대가를 준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연료전지 사업과 대가 관계를 부정했다. 변호인 측도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도움이 없고, 연료전지 사업만 성공했다고 해서 1억 원을 주진 않았을 것 아니냐”고 묻거나 “고마움을 느낀 것과 그 고마움 때문에 돈을 준 건 다른 문제”라고 말하며 1억 원과 연료전지 사업 간 관련성을 부인하는데 집중했다.

김 전 부시장도 이날 직접 증인신문에 나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부시장은 “그동안 피고(김연창)가 증인(조 씨)에게 도와줬다고 생색을 내거나, 도와준 것에 대해 지분이 있다고 하거나, 잘되면 사례를 하라거나 한 적이 있느냐”거나 “인생을 살면서 제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행동한 적 있냐”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 전 부시장은 “(연료전지 사업) 발전허가 하나가 났다고 해서 돈 1억 원을 주고 받는 사이였나? 그게 상상이 되느냐”며 “검찰이 그렇게 주장한다. 그 때문에 여기에 있다. 전 제 업무를 적극적으로 해왔을 뿐이고, 그걸 이유로 100원 이라도, 커피 한 잔도 먹을 사람이냐”고 재차 결백함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검찰 측 증인신문에 따르면 조 씨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구연료전지사업 발전허가를 받고 얼마 후 김 전 부시장에게 1억 원을 건넸다. 검찰은 발전허가 과정에 대구시가 조 씨의 편의를 봐줬다며 그 업무 총괄 책임자가 김 전 부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대가성을 추궁했다. (관련기사=“김연창, 1억 원 제공받아 삼성동 원룸 신축에 써”(‘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