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에서 온 아주아(가명, 33) 씨는 대구에서 딸 넷을 낳았다. 딸 넷을 낳는 동안 들어간 병원비는 근 1억 원에 달한다. 둘째 딸 외에는 모두 몸무게가 1.5kg에 미달하는 극소 저체중 출생아로 인큐베이터 치료가 필요했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2kg대로 태어난 둘째 딸 출생 당시에는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아주아 씨는 당시 병원비 65만 원은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아 씨나 같은 기니 출신인 남편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 출산한 나머지 딸 셋의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었다.
건강보험 적용은 한시적이었다.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 신청일부터 6개월 이후 법무부장관의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고, 아주아 씨는 취업허가를 받아 취업 중 둘째 딸을 낳았다. 첫째, 셋째와 넷째는 취업 허가가 없는 상태에서 낳았다.
병원비 일부는 출산한 지역 대학병원과 사회복지센터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아주아 씨는 남에게 의존한 삶이 무슬림으로서 옳지 않은 삶이라고 느낀다. 애초 출산, 육아 부담에도 아이를 넷이나 낳은 이유도 무슬림에게는 산아제한이 금도이기 때문이다.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져 정상적인 노동과 의무를 다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은 난민인정률이 1.6%(난민신청자 62,970명, 난민인정자 997명. 2019년 11월 기준)에 불과하다.
아주아 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니로 되돌아가는 것, 한국에 체류하며 허가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 세 가지다.
기니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아주아 씨는 말링케족 출신 대통령 알파 콩데(Alpha Condé)가 집권한 2010년 이후 본인과 같은 풀라족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고 했다. 수도 코나크리에 살던 아주아 씨는 2013년 쌀죽을 쑤고 있었는데, 말링케족 군인이 지나가다가 아주아 씨에게 쌀죽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화상을 입었다. 여전히 알파 콩데 대통령이 집권 중인 기니로 돌아가 딸들에게도 기니의 사회불안을 느끼게 할 수는 없다. 노동이 죄가 아닌데 왜 난민신청자는 생계 유지를 위한 일조차 할 수 없을까.
24일 오전 11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는 아주아 씨와 같은 아프리카 출신 난민신청자들이 모였다. 이들의 사정은 아주아 씨와 비슷하다. 이들은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OECD평균 난민인정률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가 한국 사회에서 건강권·생명권·인권을 지키며 살아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OECD평균 난민인정률은 약 30%로 알려져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는 “난민신청자는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데 그 이후에도 수개월 단위로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법무부는 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난민심사와 체류에 관한 지침은 공개하지 않으며, 난민의 노동, 의료, 교육, 정보 접근 등 기초적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선희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한국 난민인정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난민이 박해받는 상황에서 난민 사유 입증을 위한 증거를 모을 수도 없고, 사정상 변호사 없이 스스로 변호하기에도 어렵다”라며 “난민신청인을 마치 체류 연장을 위해 편법을 택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낮은 점을 살펴봐야 한다. 난민의 주장과 신청 사유가 합리적이고 일관된다면 인권적 차원에서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인정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 하지만 난민인정자는 극소수다. 난민인정자는 아니지만 비인도적 처우 등 근거가 있는 사람에 한해 법무부장관이 허가한 ‘인도적 체류 허가자’나 난민신청자는 법무부장관의 허가 하에 취업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취업이 가능하다. 난민불인정 후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한 경우, 난민재신청을 할 수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외국인등록증을 회수한다. 등록증이 회수된 난민신청인은 등록외국인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난민불인정 결정 후 특별한 난민인정 사유가 생기지 않아 외국인등록증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불인정이 결정된 외국인이 사정 변경 없이 재신청하는 경우 난민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출국을 유예하지만 등록외국인 상태는 아니다”라며 “취업이나 건강보험 가입은 등록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난민을 받기 시작한 1994년 이래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2,032명이 난민신청을 했고, 인정 건수는 5건이다. 대구출입국에서 불인정됐으나 법무부 이의신청 과정에서 인정된 1건을 합하면 총 6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