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비정규직 노동자의 90% 이상이 상시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단기계약이 반복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단체와 구미시가 최초로 진행한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 대한 조사다. 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비정규직지원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1일 구미시와 구미노동인권네트워크는 2020년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구미지역 시민·노동단체가 모여 결성한 구미노동인권네트워크는 5월 21일부터 6월 26일까지 구미 주요 장소 5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416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업종은 제조업 51.4%, 서비스업 48.6%이었고, 성별은 여성 57.9%, 남성 42.1%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대부분 연령에서 기간제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그 중 20대가 70.5%로 가장 높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용역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중 근속년수가 5년 미만인 비율이 70.4%를 차지했다. 2년 이상~5년 미만이 32.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년 이상~2년 미만(21.6%), 5년 이상~10년 미만(17.1%), 10년 이상(12.5%), 6개월 이상~1년 미만(8.9%), 6개월 미만(7.9%) 순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비정규직임에도 상시적인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응답자의 직무 중 상시적인 업무라고 응답한 비율은 90.6%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근로계약 기간은 7개월~12개월이 6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 평균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대부분 8시간을 초과했다. 연령별로는 30대와 60대는 각각 9.2시간과 9.3시간을 실제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모든 고용형태에서 근로계약서 상의 노동시간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더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행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정보 부족 등으로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4대 보험은 회사가 노동자를 채용한 경우 의무로 가입해야하지만 응답자 중 14.9%는 4대 보험에 모두 미가입 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15.6%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27.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부받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26.8%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현재 직장의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응답이 67.5%로 나타나 절반을 넘었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불안정하다는 응답율이 늘어났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더 높게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로는 일용직 비율이 높은 용역과 도급이 다른 고용형태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구미시, 구미시노동인권네트워크 모두 이번 실태조사 한 번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삶을 개선하기 위한 첫 발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경호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비정규직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실태조사와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직장내 성희롱, 괴롭힘, 청소년 노동인권, 생활법률도 지원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경호 노무사는 “비정규직 지원센터를 설립해 실태 분석과 지원 계획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미 비정규직 보호 조례가 있고, 있는 내용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2012년 11월 경북에서 최초로 비정규직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차헌호 구미노동인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한 달 동안 실태조사를 하면서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자신은 매년 계약서를 쓰면서도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이 어떤 형태의 비정규직인지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며 “고용불안은 비정규직 제도 자체 탓이고, 당장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노동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비정규직 지원센터 건립 공약을 냈다. 아무리 시장의 뜻이 좋아도 의회에서 동의를 안 해주면 못 하는 일이다. 비정규직화라고 하는 큰 흐름을 저희들이 막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완화시킬 방법은 무엇일지 의회와 함께 의논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은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릴 수는 없다. 산업단지 내에도 있고, 자영업자 속에도 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가 반영돼서 구미는 비정규직이 없는 그런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의회에서도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