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언제까지 부동산 광풍을 두고 볼 것인가 / 엄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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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도 지어도 모자라는 집?

우리에게 던져진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다. “집을 이렇게 많이 지어도 왜 집이 계속 모자라는가?”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집 부족 문제는 항상 도시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도시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 같은 것이어서 도시의 중심축이 계속 움직이게 되고, 따라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도 계속 그 중심축을 따라 이동하게 되므로 그 새로운 곳의 집은 항상 모자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살고 싶은 곳에 집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둘째는 삶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낡은 집은 버리고 새로운 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국민성도 한몫을 한다.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보다 완전히 품질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 갈아타기를 빈번히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새 아파트 갈아타기는 재산을 불리는 중요하고 확실한 수단이 된 것도 계속 집을 지어도 집이 모자라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도시에 집이 모자라면서도 동시에 빈 집도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는 한 사람이 여러 집을 소유하기 때문이다. 집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제한된 토지 위에 지어지는 특수한 물건이다. 그래서 집의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동시에 집은 인간에게는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그래서 집 소유자는 집 없는 사람에 대해 독점력을 가지게 된다. 이 두 가지 이유로 다른 일반 물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그 독점력에 의해 특수한 이익이 발생한다. 소위 지대 이익이라는 것인데 그 크기가 엄청나다.

지대이익은 집 가진 자에게만 누적적으로 팽창하고 상속된다. 집을 통한 지대이익은 다른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크므로 집을 소유한 자는 더 많은 집을 가지고자 하고,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이 가지고 있는 집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그 차액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는데, 그로 인해서 요즘 30대가 10억 원이 넘는 비싼 집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세대로 등장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와 결합하여 한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집이라는 물건은 아무리 지어도 모자라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집을 아무리 지어도 집이 없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

‘로크의 단서’와 자유 시장경제에서 집

자유 시장경제에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제도는 재산권이다. 재산권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존 로크는 사유 재산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서는 본인 이외에는 어떤 권리도 가질 수 없다. 또 자기 신체의 노동과 손의 작업(물)은 당연히 자기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즉, 자신의 노동을 통해 만든 인공물에 대해서 그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사유 재산권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이 단서를 ‘로크의 단서’라고 한다. 자연환경이나 토지와 같은 자연물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 즉 사적 재산권을 어떤 사람에게 부여할 때, 그 자연물이 “적어도 그의 못지않은 질(質)과 충분한 양(量)이 다른 사람에게도 공동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경우”라야만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로크의 단서가 ‘집’과 같은 특수한 인공물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집은 토지와 같은 자연물과 결합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으며, 동시에 인간의 생존에 한순간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전적인 로크의 단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자유’를 누린다는 자명한 명제 위에서 성립된다. 말하자면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동등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같은 명제를 ‘집’이라는 물건에도 적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존과 사회적 이익을 위해 집을 소유할 때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자유를 누린다는 명제를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할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에서도 이 명제는 준수되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자유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평등한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연물뿐만 아니라 집과 같이 토지와 결합된 인공물에 대해 배타적 재산권을 부여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김윤상 <토지정책론> 172쪽). 첫째가 취득 기회 균등의 조건이다. 모든 주민에게 집에 대한 취득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집과 같은 고액 자산을 구입하려면 상당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매할 것인가 아닌가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자금 동원의 기회는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는 특별이익 환수의 조건이다. 어떤 사람이 집을 소유하는 권리로 인해 특별한 이익을 얻었다면 그 특별이익을 공동체에게 환원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집값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막대한 특별이익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 특별이익이 개인에게 전유되는 것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에 배반될 뿐만 아니라 첫째 조건인 취득 기회의 균등조건에도 위반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사회적 제약의 조건이다. 집과 같은 인간생존의 필수품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재산권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합의해준 취지에 맞게 그 재산권은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쌀과 마늘 같은 생존 필수품을 투기하면 공정거래의 위반이 되듯이 주택 역시 투기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사회적 제약이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집을 소유하고 사용하는데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고 있는가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혼 가구나 일인 가구처럼 처음 집을 가지려는 자,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려 할 때 과연 취득의 기회가 균등한가?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자에게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유되고 있지 않는가? 생존품인 집이 그 취지에 맞게 거래되고 있는가? 이러한 로크의 전제가 지속적으로 위반되면 자유 시장경제체제 그 자체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반칙과 불공정이 몰고 온 부동산 광풍

몇 년 전부터 또 지병이 도졌다. 온 나라가 이 통증으로 신음하고 있다. 필자는 그 원인이 로크의 전제를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위반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입에 쓴 약이 병을 치료하듯이 제대로 된 치료약이 처방되었는데도 입에 쓰다고 뱉어버리는 양상이 지금의 상태이다. 주택 부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모두 시장원리를 들고 저항하고 있다. 다주택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려는 정책에 대해 세금폭탄이라는 둥 세금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고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임대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에 대해 도시를 폭파하는 정책이라고 경제학 원론을 들먹이며 비판하고 있다. 새로운 주택정책은 그동안 반칙과 불공정에 단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체제 그 자체가 위험해지게 된다.

필자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한국형 뉴딜펀드처럼 3,000조 원을 상회하는 과잉 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게 하는 자금유도장치이다. 장기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방출된 엄청난 양의 유동성의 갈 곳을 찾아주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이다.

둘째로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을 통해 얻은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일련의 정책이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지대이익을 환수하여 주거 취약자를 위해 환원하는 것이 평등한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다. 항간에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의 주택투기를 용인하는 것이 된다.

셋째로 주목하는 것은 양도소득세나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를 최초 주택 소유자 및 1가구 주택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를 철저히 구분하는 조세 정책이다. 전자에게는 거래세를 최소화하여 거래를 촉진하고 후자에게는 이를 상향 조정하여 거래를 억제해야한다. 그것이 취득기회의 균등을 실현하는 길이다. 동시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전환율의 합리적 조정으로 무주택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 역시 주택접근의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장치이다.

넷째로 주택공급의 활성화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은 또 다른 부동산 광풍의 싹을 심는 일이므로 그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민간임대사업자를 통한 공급도 중요하다. 민간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되 주택으로 투기할 수 없도록 소득세와 취득세는 지원하되 지대 차액은 양도소득세로 회수하는 장치를 든든히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주거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은 부동산 거래를 감시할 공정한 감독기구에 공감할 것이다.

지금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을 두고 어떤 경제학자는 시장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로크의 전제를 위반해 온 시장의 오작동 때문이다. 이들은 수요를 억제해서는 안 되며 공급을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평등한 자유를 해치는 수요는 억제되어야 하며, 지대이익을 전유하는 공급은 제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낮은 이자율에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배회하는 한, 집을 아무리 지어도 모자란다. 특정집단의 수중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부동산 광풍을 지켜만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