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16년, 이주노동자에게 고용허가제는 여전히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16일 오후 4시 대구 성서공단역 인근 공터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했다. 이주노동자 등 70여 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는 고용허가제 외에도 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개선이 필요한 차별적 사례로 지적됐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빌 구룽 씨는 “한국이 우리를 필요해서 초청했는데 정작 고용허가제는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라며 “회사를 옮기는데 사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이동 횟수도 제한이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비, 밥값을 월급에서 20%를 떼는 공장도 있다. 퇴직금도 출국해야 받을 수 있다. 왜 이렇게 차별하나”라고 덧붙였다.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3년간 3회로 제한한다. 형식적으로는 재고용 시 5회까지도 가능하지만, 이주노동자는 현실적으로 사업주 동의가 없으면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한다.
고용 기간은 기본 3년, 사업주 재고용 시 1년 10개월을 연장해 총 4년 10개월이다. 2012년 도입된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이주노동자에 한해 사업주가 재고용할 경우 출국 후 재입국한 다음 추가로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전국 7개 이주민단체에서 655명의 이주민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조건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648명) 중 59.1%(383명)가 최저임금 이상, 29.0%(188명)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으며, 자신의 임금을 모르는 노동자는 11.9%(77명)로 나타났다.
숙소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635명) 중 85.8%(545명)가 회사 제공 숙소(기숙사)에 거주한다고 응답했다. 기숙사 거주 545명 중 283명은 숙소비를 지불하고, 111명은 숙소비가 없으며, 나머지는 모르거나 무응답 했다. 기숙사에 살면서 숙소비를 낸다고 응답한 283명(51.9%)의 숙소비 평균은 12만 2,802원이며, 최고 비용은 48만 원이었다.
기숙사에 사는 545명은 기숙사 환경에 대해 주·야간 노동자를 같은 방에 쓰게 하는 경우(144명)나, 작업장 소음, 먼지, 악취 등에 노출된 경우(138명), 에어컨이 없다(116명)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응답자 648명 중 57.7%가(374명) 사업장 변경 경험이 있는데, 사업장 변경 경험이 있는 374명의 변경 사유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31.0%(116명), 월급이 너무 적어서 26.7%(100명), 회사에 일이 없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서 22.5%(84명)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