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순 영남대 링크플러스 사업단 지역협력센터장이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2015년 이후다. 그해 처음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학생들과 일본 히로시마의 한 대학교와 자매 교류 활동을 진행하면서 히로시마를 찾았다. 자매 교류 활동을 지속하면서 히로시마를 꾸준히 찾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도 접하게 됐다.
영남대 링크플러스 사업단 지역협력센터를 맡으면서 관련 사업을 고민하게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지역협력센터는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공유해서 지역 사회를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걸 목표로 한다. 더불어서 교육기관으로서 그 과정에 학생이 결합토록 해 자연스레 지역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것까지 이어지면 금상첨화다.
최 교수는 “링크플러스 사업단 지역협력센터 활동을 작년부터 했다. 지역사회에 협력하거나 기여하는 걸 컨셉으로 하는데 합천 원폭자료관에 종이 상태로 오래된 자료가 많은 걸 본 기억이 났다. 훼손될 수 있고 분실될 수 있어서 그걸 디지털화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의미 있는 사업을 해볼 수 있는 재원은 마련이 됐는데 문제는 인력이었다. 의미를 살려 일할 수 있는 학생이 없으면 헛일이 될 것이었다. 마침 방문한 원폭자료관에서 심진태 지부장으로부터 일군의 영남대 학생들의 ‘활약’(?)을 전해듣게 됐다. 최 교수는 수소문을 해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이 김동호 대표를 주축으로 한 기억연구회 그늘이다. 그렇게 ‘합천 원폭 자료관 소장 자료 보존을 위한 기록자료 영상화’ 사업이 추진됐다.
최 교수는 “사업을 할 때 의미가 크다고 봤는데, 이유는 한·일간 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 양상인데, 원폭 피해자 문제는 거의 유일하게 한·일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상처라고 봤다”며 “근대 식민지 지배·피지배 국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는 잘 떠오르지 않는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은 보편적인 전쟁 피해 차원에서 같이 생각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안에 상황도 문제의식이 있었다. 너무 모른다. 원폭 투하를 한 미국에 책임이 있고, 일본도 일제 강점의 책임이 있지만 1945년 이후 한국 정부는 괜찮은지 물어야 한다”며 “굉장히 무관심했다. 원폭의 고통은 유전 문제도 있어서 특수한데, 한국 정부가 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나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지나온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축적된 기록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봐야 하는 건 교육을 매개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이 문제가 어떤 의미를 갖는 알아야 한다. 자료 관리 차원에선 학예사라든가 연구원도 있어야 하지만, 합천도 그렇고 대구(원폭 피해자 3대 도시)도 현실은 정반대다. 합천 자료관 규모나 체제를 보면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지역협력센터는 합천 원폭 피해자 문제 뿐 아니라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에 있을 70주기 위령제에도 센터가 함께하고, 민간인 학살 사건을 기록하는 백서 발간도 추진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지역에서 가려지거나, 터부시되어 온 문제에 대해 영남대 지역협력센터가 발굴해서 드러내는 것까지 해보고자 한다. 기록물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까 그런 것부터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