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여성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돌봄노동이 6시간 더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시민 1,068명(여성 535명, 남성 533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8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코로나19가 대구시민의 삶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여성 56.8%, 남성 48.9%로 여성이 남성보다 7.9%p 높았다. ‘변화 없다’는 응답은 남성 43.2%, 여성 34.6%로 나타났다.
여성의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45분에서 이후 744분으로 6시간 39분 늘어난 거로 나타났다. 남녀 간 돌봄시간 차이 역시 코로나 이전 55분에서 이후 148분으로 늘었다.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일의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남녀 모두(여성 26.5%, 남성 31.7%) 가장 높았다. 다만,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 ‘돌봄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구할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았고, ‘일시 휴직할 것’, ‘일을 그만둘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재단은 “역설적으로 여성이 돌봄 문제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여성의 돌봄 시간 변화가 상대적으로 커 여성의 돌봄 역할이 더 가중된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돌봄역할에 있어 여성의 책임 의식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사회적 손실에 대해 남녀 모두 ‘생계와 경제 위기(54.2%)’를 꼽았다. 이어 ‘사회적 혼란 및 스트레스’, ‘생명과 건강 훼손’ 순으로 나타났다. ‘생계와 경제 위기’라고 응답한 경우, 20대, 40대, 50대에서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응답자 중 53.8%가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여성이(57.9%) 남성(50.7%)보다 7.2%p 높게 나타났다.
고용불안 원인으로는 ‘임금 삭감’이 남녀 모두(여성 51.1%, 남성 55.1%)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정리해고·구조조정’, ‘직장폐쇄·폐업·부도로 인한 실직’ 순으로 높았다. 특히 ‘정리해고·구조조정’은 남성(47.8%)이 여성(39.1%)로 높았고, ‘직장폐쇄·폐업·부도로 인한 실직’은 여성(37.5%)이 남성(33.8%)로 높았다.
재단은 “주로 여성들이 소규모 사업장의 임시·일용직으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소규모 사업체들이 폐업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정책으로는 ‘경제 지원'(여성 47.4%, 남성 51.5%)을 꼽았다.
정일선 재단 대표는 “코로나19가 여성의 일상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여성이 위기에 취약한 사회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며 “향후 포스트 코로나 논의에서 여성의 입장과 젠더 이슈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성인지 관점 정책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