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지회, 민주당 대구시당 건물서 농성···“집권여당이 나서야”

김우철 대구 민주당 사무처장 10일 현장 찾기로

16:47

지난달 26일 사측으로부터 직장 폐쇄 통보를 받고 폐업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9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사 건물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등은 게이츠 폐업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게이츠는 달성군 소재 한국게이츠 사업장 폐쇄를 결정하고 지난 6월 26일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사측은 폐업 결정과 함께 희망퇴직 신청도 받으면서 직장 폐쇄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관련기사=멈춰 선 공장 지키는 한국게이츠 노동자들…협력업체 51곳 6천여 명 고용불안(‘20.6.30))

윤종화 금속노조 대구지부장과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갖고 “게이츠 자본 먹튀를 분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종화 지부장은 “30년 전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머리를 깎고 30년 후 촛불정부 아래 다시 머리를 깎았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삶은 고달프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는 벌써 임기가 반을 넘어선 시기에 아직도 우리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 더 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노동존중이라 부르짖더니 어느 것하나 노동존중은 없고, 노동자를 더 압박하고 쥐어짜려고 한다. 이젠 투쟁으로 답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채붕석 지회장은 “20년, 많게는 30년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힘들게 일해왔다. 3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분도 있다”며 “그런데 코로나를 핑계 대면서 폐업을 선언했다. 아무리 악질적이고, 아무리 부도덕한 기업이라도 90일 전에는 통보를 한다. 그런데 게이츠는 6월 면담을 통해 첫 마디로 폐업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고 147명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하고 2, 3차 협력업체까지 5,000명 넘는 대구 지역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며 “일방적인 폐업을 발표한 지 2주가 지났다. 하지만 2주 동안 민주당 대구시당, 대구시장 권영진은 뭘했나? 누구 한 사람 찾아왔느냐. 우리 분노하자”고 촉구했다.

이 본부장은 “이제는 대구시와 집권여당 민주당이,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것은 한국게이츠를 철수 안 시키고 게이츠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구본부는 지역시민사회단체와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했다. 끝까지 민주당이든 권영진 시장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윤종화 지부장, 채붕석 지회장 등은 오후 3시경부터 민주당 시당을 찾아 김우철 시당 사무처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는 폐업 통보 후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가 됐고, 최근 노조가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우철 사무처장은 “위원장 일정 문제로 오늘 면담이 어렵다는 건 미리 통보를 했다. 시당에서도 이미 사안에 중요성을 알고 이른 시일에 현장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 처장은 이날 노조원들과 만나서도 “내일(10일)이라도 현장을 찾아가서 상황을 체크하고 사측 관계자들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약 한 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한 후 노조와 민주당 대구시당은 10일 오후 1시경 한국게이츠 사업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만, 노조는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 달라는 취지로 당사 출입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