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긴급생계자금을 받아 징계 대상에 올랐던 공무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었던 거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공무원이 긴급생계자금을 수령한 경우 환수하고 징계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서민경제지원위원회는 환수 대상에서 시간 선택제 공무원을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환수와 징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일 대구시 코로나19 서민경제지원위원회는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환수 대상자 이의신청 심의 결과, 공무원 연금 가입자 중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40여 건), 사학연금 가입자 중 ▲사립유치원 피고용자(640여 건) ▲대학병원 종사자(620여 건) 등을 환수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공무원 연금 가입 대상자이기는 하지만 계약 기간이 5년 이하로 사실상 비정규직인 점을 인정했다. 사립유치원 피고용자는 코로나19로 대부분 사립유치원이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면서 수입이 줄어든 점을 인정했다. 대학병원 종사자 중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도 교직원으로 보기 어렵고, 대구의료원 종사자를 지급 대상으로 인정한 것과 형평성을 고려했다.
지난달 9일 대구시는 공무원 1,810(시청 공무원 74명), 사립학교 교원 1,577명, 군인 297명, 공공기관 244명 등 모두 3,928명이 긴급생계자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긴급생계자금 지원 대상에서 이들을 제외했지만, 신청 단계에서 걸러낼 시스템이 없어 선 지급 후 환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지원 대상이 아닌 이들 중 대구의료원 직원 61명은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구시는 공무원 중 71명에 대해 환수는 물론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중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40여 명이다.
1일 오후 2시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수와 징계 중단을 촉구했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당초 신청 대상자였고, 정당하게 수령했다. 공무원연금 가입자를 제외하면서 이들 역시 마치 범죄자처럼 경위서를 쓰게 하고 조사실로 부르고 있다”며 “이들이 잠이 오겠나. 힘없는 비정규직들이 잘못된 행정으로 인해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본부장은 “코로나가 대구를 휩쓸 때 피눈물 흘리며 헌신한 공무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집단 부패한 공무원이라는 낙인이었다. 정책 실패, 공무원 등을 걸러낼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한 대구시 행정적 과오가 있었다”며 “환수 이상을 넘어서는 징계는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실패한 정책을 집행한 책임자부터 조사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경제지원위원회는 “위원회 권고 사항에 대해 대구시도 수용 입장을 밝혔다”며 “향후 환수 및 조치계획에 반영해 구체적인 대상 인원을 확정하고 후속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