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달성공단 내 제조 시설 폐업을 공고하자 노조는 본사는 물론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최대 6천여 명이 고용불안에 놓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노조는 지역 연대단체와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게이츠 본사와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30일 낮 12시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는 대구 달성공단 한국게이츠 사내에서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대구 최초 공장 폐업이 우량 기업이자 건실 기업인 한국게이츠라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지역 정계와 대구시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투기 자본의 악의적인 공장 폐업에 맞서 협심해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30개 국가, 120개 도시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한국게이츠는 지난 1989년에 문을 연 뒤 현대기아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국게이츠 지분은 미국게이츠(51%)와 일본니타(49%)가 갖고 있다. 미국게이츠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다.
앞서 한국게이츠 2019년도 임금단체교섭 중이던 지난 26일 공장을 찾아와 폐업 소식을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에 임금단체교섭은 현재 중단됐다. 26일 자로 공장 가동도 중단돼 직원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다.(관련 기사=대구 ‘코로나 고용위기’ 현실화…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한국게이츠 폐업(‘20.6.29))
한국게이츠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구조조정 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이후, 부분 휴업이나 순환 휴업도 없었다. 심지어 사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도 공장 운영은 계속됐다.
한국게이츠는 지난 2017년 77억, 2018년 47억, 2019년 45억 원 순이익을 남겼다. 더구나 제조 공장은 폐업하면서도 제조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완성차를 납품하는 게이츠유니타코리아 계속 운영한다. 게이츠유니타코리아 역시 미국게이츠와 일본니타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노조는 “상식적으로 한국게이츠에서 자본이 철수해 제품 생산이 중단된다면 완성차에 대한 납품도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게이츠유니타코리아는 중국게이츠로부터 동일한 제품을 수입해 완성차를 납품하는 구조”라며 “그동안 노조는 이런 생산 구조가 한국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어 개선책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결국 공장을 폐업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인 한국게이츠가 폐업하면서 2·3차 협력업체도 타격을 받는다. 노조에 따르면, 달성공단 내 제조 시설에 일하는 노동자는 청소, 경비를 포함해 모두 155명이다. 한국게이츠 거래 업체는 대구를 포함해 전국에 51곳으로 약 6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는 거래가 꾸준한 18개 업체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렵고, 저희도 어려울 거로 생각한다. 그래도 작년에 47억 원 흑자를 만들어냈다”며 “지난 31년 동안 2008년 외환위기 때 딱 한 번 적자를 냈다. 회사가 어려운 게 아니다. 상반기 주식을 위해 공장 폐업을 수단으로 삼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채 지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40대 가장에게 직장은 삶과 생존이다. 우리 삶과 생존을 박탈하는 것을 왜 주주와 자본이 결정한단 말인가”라며 “계열사까지 51곳, 직원 6천여 명에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2만 명이 넘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장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투쟁본부와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과 지역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또 미국 대사관, 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한국게이츠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낸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한국게이츠는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업계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퇴직 및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