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 고용위기’ 현실화…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한국게이츠 폐업

AVO, 금속노조 조합원 13명 정리해고 통보···"노조 탄압" 반발
게이츠, 제조시설 폐쇄 통보···147명 해고 위기
금속노조, "코로나19 틈탄 고용불안 야기 규탄"

15:17

대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 달성공단 자동차 부품업체 AVO카본코리아는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한국게이츠는 폐업을 통보했다.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폐업 통보에 노조는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AVO카본코리아는 지난 23일 노동자 13명에게 오는 7월 31일자로 해고한다는 해고 예고 통보서를 보냈다. 자동차 업계의 위기,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다. 현장직 60명 중 약 ¼을 해고하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미 지난 2월 28일 희망퇴직을 공고했고, 3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공고했다. 이후 대상자를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사내 두 개 노조(금속노조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 AVO카본코리아노조)는 모두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상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순이익 9억 원에서 2019년 26.2억 원으로 5년 동안 순이익이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 5월 기준 NICE평가정보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기업평가등급은 A-, 현금흐름등급 CR1(현금 흐름 창출 능력이 매우 양호하여 안정적임)으로 나타났다.

사측은 지난 5~6월 코로나19로 인해 부분 휴업을 하면서도,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인한 피해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때, 휴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AVO카본코리아 정리해고 통보를 규탄하는 금속노조 대구지부

오히려 노조는 이번 정리해고 통보가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한 ‘노조 탄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리해고 대상자 13명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현 지회장을 포함해 7명은 전·현직 노조 간부다. 최근 기업노조에서 금속노조로 가입한 조합원도 포함됐다.

박주현 금속노조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장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했다. 특히 징계 여부에 큰 점수를 줘서 징계를 받은 적 있느냐 없느냐가 크게 작용했다”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2014년 투쟁 과정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적 있다. 노조 활동으로 징계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정했다”고 지적했다.

박 지회장은 “더구나 사측이 희망퇴직을 공고할 때는 2월 말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이었다”며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서 투쟁할 것이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청에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29일 오전 10시 30분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VO카본코리아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AVO카본코리아 총무팀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회사 상황이 어려워 정리해고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지난 2월부터 협의해왔다. 정리해고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이전에도 정리해고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와 같은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만 특정한 것인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국게이츠 홈페이지 갈무리

대구 달성공단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게이츠는 지난 26일  제조 시설 폐쇄를 통보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게이츠는 현대기아차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다. 이번 폐업 통보로 한국게이츠 본사 직원 147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2·3차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실업 규모는 더 커질 거로 보인다.

한국게이츠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 특히 대구 공장 주력인 자동차 시장 내 사업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이번 결정은 게이츠 본사가 2019년부터 전 세계에 걸쳐 시행하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가피하게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는 전면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국게이츠지회는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코로나19 위기도 이겨내며 성실히 근무해왔다”며 “최근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본사의 추가 투자를 지속했으나 본사는 묵묵부답하다 폐업 당일 전 직원에게 공표하는 기만적인 행동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게이츠는 지난해도 47억 원 흑자를 낼만큼 지역에서 손꼽히는 건실한 중견기업”이라며 “지회는 회사의 일방적인 폐업 공고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147명 전 직원의 생존권과 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존권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게이츠지회는 오는 30일 12시 한국게이츠 본사에서 폐업 반대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