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구본부 조합원 3,000여 명이 거리로 나와 코로나19로 시작된 고용 위기에 해고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구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 동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생존’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20 대구지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재난 시기를 틈타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시도하고 있지만, 노동존중을 표방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해고 금지·생계 소득 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등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 ▲전태일 3법(노조법 2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쟁취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첫 발언은 영남대의료원 복직 투쟁을 벌이며 227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던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나섰다. 박 지도위원은 “저희 영남대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한 동지들 덕분에 복직의 꿈, 생명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지도위원은 “자본과 정치 권력에 늘 고통받는 노동자를 위한 투쟁을 조직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품에 안겨 임금동결이니 하며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다”며 “사회를 병들게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비정규직 세상을 갈아엎고 인간 해방의 꽃밭을 만드는 투쟁으로 더욱 전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종화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에서 무급 휴직,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었다. 윤 지부장은 “달성공단 AVO카본코리아는 수년 동안 적자 한번 없었는데, 올해 코로나를 핑계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극복 추경 예산 240조를 편성했지만 220조를 기업에 퍼부었다.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구조조정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재난 시기 모든 해고를 금지하고, 기업은 노동자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 노동존중을 부르집던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그 말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노동법을 개악하려 한다면 그 즉시 총파업으로 다가갈 것이다. 모든 노동자의 구조조정을 박살 내고 총고용을 쟁취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기 누구보다 고생한 대구지역 의료진 처우 개선이 3차 추경예산에서도 빠지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뒷목 잡고 헛발질할 때 비판한 것 말고, 민주당 대구시당이 대구시민을 위해 무엇을 한 게 있느냐”며 “대구지역 병원 노동자들은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재난 시기 국민들이 재산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고,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에게 ‘임금 내놓을래?’ 아니면 ‘해고될래?’ 무엇을 내놓을지 판단하라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에 내놓을 것이 없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노총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은 함께 생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최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동결해 비정규직 임금을 지원하자고 한 발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길우 본부장은 “어떤 노동자도 고통받고 희생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민주노총이 하지 못한다면 여기 모인 대구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오는 7월 4일 서울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라 도심 내 집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한 바 있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집회 금지 통고를 했지만, 민주노총은 전 참가자 발열 체크,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띄워 앉기 등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집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