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입법 운동에 직접 나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고용보험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고용보험에 가입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코로나19로저희 처우를 확인했고,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아래에 있는 걸 알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지난 코로나19로 수업이 없어지면서 3월부터 수업 소득이 1원도 없습니다. 너무 생계가 어려워 교육부에 일자리를 달라고 해서 지금 학교 안전도우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마음이 힘듭니다. 고용보험이 있었다면 울고 부르짖으며 일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는데 말입니다. 수업을 해야 하는 방과후 강사가 오늘도 복도에서 유령처럼 있었습니다. 고용보험 전 국민 적용은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정말 국민에게 주어져야 할 제도라는 걸 뼛속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꼭 이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 대구 방과후학교 강사 김진희
22일 오후 3시 김진희 방과후학교 강사(방과후강사노조 대구지부장),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동명(택배연대노조 CJ대한통운 대구중지회장), 김상목(택배연대노조 CJ대한통운 달서지회장), 배민라이더스 김용석(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 대구분회장), 구몬 학습지 교사 이금희(전국학습지노조 구몬지부 대의원), 대리운전노동자 차준녕(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장), 황순규 진보당대구시당 위원장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대구 발안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를 포함한 전 국민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입법 운동에 나선다. 앞서 이상규 진보당 상임대표,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는 지난 7일 ‘전 국민 고용보험 국민발안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30만 명 서명을 모아 지역별 원탁회의를 거친 뒤 법안을 확정하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9월 정기 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 등록 후 100명이 찬성하고, 요건 심사 후 청원이 공개되면 30일 이내에 10만 명이 동의하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대구발안위는 오는 7월 중 당사자 50여 명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과후학교, 택배 현장, 배민라이더스 등 특수고용노동자 당사자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벌인다.
송영우 대구발안위 간사는 “정부는 고용보험 단계적 도입이라는 말로 현장의 노동자에게 더 큰 시련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입법 과정에서 법안이 누더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최대 30만 명까지 발안위원을 모집하는 게 목표다. 특히 대구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대구발안위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무급가족종사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자발적 퇴사도 실업급여 지급 ▲안식월 보장 등 ‘재충전 급여’ 도입 ▲청년이직준비급여 도입 등을 제안했다.
황순규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IMF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국민들은 금을 모으면서까지 고통을 분담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였고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기업에는 영리 활동의 자유를 보장했다”며 “지금 시민들은 앞다투어 생활 방역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사회는 무엇으로 화답할 것인가.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전면적인 고용보험 도입이 필요하다. 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국회는 예술인의 고용보험 당연 가입을 규정하는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